베토벤과 현대무용의 전설 베자르의 만남…영화 '댄싱 베토벤'

입력 2018-02-01 15:50
수정 2018-02-01 18:23
베토벤과 현대무용의 전설 베자르의 만남…영화 '댄싱 베토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프랑스의 천재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1927∼2007). 그 앞에는 20세기 발레혁명가, 현대무용의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운동장, 경기장 등 대형공간에서 발레를 선보이는가 하면, 철학적이고 사회적 이슈를 담아낸 파격적인 무대로 무용의 역사를 새로 썼다.

베자르는 1964년에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바탕으로 한 획기적인 안무를 선보인다. 강렬하고 화려한 대규모 공연으로 발레 역사에 남을 걸작으로 꼽힌다.

이 작품이 초연된 지 50주년이 되던 2014년. 베자르가 창설한 스위스 베자르 발레 로잔과 일본 도쿄발레단이 협업해 이 공연을 다시 재현한다. 음악은 세계적인 지휘자 주빈 메타와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이달 22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댄싱 베토벤'(아란차 아기레 감독)은 전설의 무대를 재현하기 위해 몇 달씩 땀을 흘리며 연습하는 무용수들의 여정을 따라간다.



4악장으로 구성된 베토벤 교향곡 9번처럼, 다큐도 4개 악장으로 나눠 스위스 로잔과 도쿄를 오가며 공연 준비 과정을 담는다. 무용수들의 꿈과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극 중 화자(話者)는 프랑스 배우 말리야 로망이다. 그는 연습실에서 땀을 흘리는 무용수들을 지켜보고, 예술감독 등을 인터뷰하며 공연과 예술, 나아가 인생의 의미를 찾아간다.

실제 공연 장면의 일부도 담겼다. 웅장한 클래식에 맞춰 표현하는 무용수들의 몸짓은 마치 마법을 보는 것처럼 황홀하다. 가볍고 경쾌한 선율이 흘러나올 때 발끝과 손끝은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기쁨과 에너지, 사랑를 온몸으로 뿜어낼 때는 그 기운이 스크린 밖으로 전해져온다. 무용수들은 마치 악보 위에서 춤추는 음표 같다.





다양한 인종과 성별, 국적을 지닌 80명의 무용수와 교향악단까지 총 350여명이 참여한 무대는 교향곡 제9번의 메시지처럼 환희와 인류애를 담고 있다. 기악과 성악을 결합한 4악장 '환희의 송가'가 울려 퍼질 때의 군무는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다.

18세기 악성(樂聖)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이 교향곡 제9번을 완성했을 때 그는 음악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청력을 잃은 상태였다. 그런 베토벤이 이 공연을 봤다면, 자신이 추구했던 음악이 시각적으로 형상화된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이 영화는 말한다.

영화는 여러 학자와 예술감독 등의 인터뷰를 통해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긍정과 희망을 표현한 베자르와 베토벤의 공통점을 찾는다. 접점이 된 이 발레 공연은 두 사람이 남긴 위대한 선물이라고 말한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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