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매입가 부풀려 93억 부정환급…뒤 봐준 현직 세무사

입력 2018-02-01 15:31
중고차 매입가 부풀려 93억 부정환급…뒤 봐준 현직 세무사

수출업자·세무사 등 40여명 기소…조세포탈 방법 상세히 '코치'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중고차 매입가를 1천억원 넘게 부풀려 100억원에 가까운 부가가치세를 부정 환급받은 인천 지역 중고차 수출업체가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 업체 뒤에는 조세포탈 방법을 상세히 알려주고 공무원에게 줄 뇌물 명목으로 금품을 받아 챙긴 현직 세무사가 있었다.

인천지검 금융조세범죄전담부(민기호 부장검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및 사기 등의 혐의로 중고차 수출업자 A(37)씨와 세무사 B(45)씨 등 모두 5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이와 함께 같은 혐의를 받는 또 다른 중고차 수출업자들과, 세무조사를 무마해 주는 대가로 중고차 수출업체 직원으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은 모 세무사 사무실 소속 사무장 C(46)씨 등 38명을 불구속 기소 또는 약식기소했다.

A씨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천시 연수구 송도 일대에서 89개 중고차 수출업체를 운영하며 중고차 매입가를 683억원이나 부풀려 부가가치세 56억원을 부정 환급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씨와 함께 구속된 또 다른 중고차 수출업체 대표는 같은 기간 60개 업체를 운영하며 중고차 매입가를 372억원 부풀려 부가가치세 30억원을 부정 환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업체들도 같은 수법으로 부가가치세 7억원 가량을 환급받아 조세를 포탈했다.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세무사 B씨는 일부 업체에 "여러 법인을 설립해 부가가치세 신고액을 분산하고 세무조사 강도가 낮은 지역으로 사업자 소재지를 옮기라"는 등 조세포탈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며 범행을 도왔다.

그는 또 세무공무원에게 줘야 한다며 중고차 수출업체 측으로부터 2천4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세무사 사무실 사무장인 C씨도 지난해 5월 A씨 업체 직원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천1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자격증 없이 관세사 사무실을 운영한 사무장 D씨의 경우, A씨 등이 중고차 매입가를 4∼5배 부풀린 사실을 알고도 세관으로부터 수출 관련 서류를 받아줬다.

검찰 관계자는 "첩보를 입수하고 작년 10월 중순 해당 중고차 수출업체 사무실을 압수 수색해 실제 매입가가 적힌 장부를 확보했다"며 "이후 세금 신고 과정에서 범행에 가담한 세무사 등도 적발해 구조적인 범행의 연결고리를 모두 끊었다"고 말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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