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믿는다"며 시신 곁에서 1년여 기다린 인도네시아 가족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남편과 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1년이 넘도록 시신과 함께 생활한 인도네시아인 가족의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1일 일간 콤파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은 최근 서부 자바주 치마히 지역 주민인 느넹 하티자(77·여)의 집에서 백골화된 시신 두 구를 찾아냈다.
천에 덮인 채 침실에 놓여 있던 시신 주변에는 냄새를 가리기 위한 커피 가루가 뿌려져 있었으며, 수십개에 달하는 빈 향수병이 발견됐다.
시신의 정체는 느넹의 남편 하눙 소바나(사망 당시 85세)와 딸 흐라 스리헤라와티(당시 50세)로 확인됐다.
주민 건강조사차 방문한 보건소 직원들에 의해 시신을 숨긴 사실이 들통나자 느넹과 두 자녀는 이 두 사람이 각각 2017년 초와 2016년 말 병에 걸려 잇따라 사망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죽은 가족이 언젠가 되살아날 것이란 믿음 때문에 시신을 보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을 조사한 현지 경찰 당국자는 "느넹은 두 사람이 숨졌을 때 시신을 잘 보살피면 되살아날 것이라는 (신의) 속삭임을 들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고령인데다 가족을 잃은 슬픔이 컸다는 점을 고려해 느넹을 입건하지 않았으나, 하눙과 흐라가 실제로 질병 때문에 숨졌는지를 밝히기 위해 시신을 부검할 방침이다.
인도네시아는 2억6천만 인구의 약 90%가 이슬람을 믿지만, 토속신앙에서 비롯된 흑마술과 신앙치료 등과 관련한 미신이 여전히 일상 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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