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복원의 시대…70년 남북관계 역사를 돌아보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 '새로 읽는 남북관계사, 70년의 대화' 출간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가 1950년 6·25전쟁 이후부터 현재까지 70년의 남북관계사를 읽기 쉽게 풀어쓴 '새로 읽는 남북관계사, 70년의 대화'(창비)를 출간했다.
남북관계를 연대별로 정리한 이 책은 1950년대를 전후(戰後)로 규정하고 북진통일을 주장한 이승만 정부 때문에 휴전이 깨질 것을 염려한 미국이 한국 정부를 자제시킨 시기로, 1960년대를 '대결의 시대'로 정의하고 남북한이 군사분계선에서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을 하는 '제한전쟁'의 시기로 평가했다.
남북관계의 대헌장으로 평가되는 7·4공동성명이 나온 1970년대는 '대화가 있는 대결의 시대'로 명시했다. 미중관계 개선 속에 미국의 닉슨 정부가 박정희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를 지적하며 북한과 대화를 요구해 남북대화가 시작됐지만, 1973년 대화가 중단되고 '8·18도끼만행사건'이 일어나는 등 다시 대결이 돌아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1980년대 전두환·노태우 정부 시기를 '합의의 시대'로 명명했다. 전두환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과 경제회담으로 남북교류의 물꼬를 텄고, 노태우 정부는 북방정책을 통해 소련·중국과 수교하면서 남북관계를 미국이 아닌 남북 당사자가 주도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핵문제 해결의 중요 원칙이 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과 화해협력의 뼈대가 된 남북기본합의서라는 결과물까지 만들어냈다.
김영삼 정부로 대표되는 1990년대는 '공백의 5년'으로 평가했다. 김 교수는 "전략도 원칙도 없이 눈앞에 보이는 국내정치적 이익만을 좇는데 급급했다"며 "북한이 도발하면 대북강경 여론에 올라타고, 정부 능력을 문제 삼으면 장관을 교체하는 식이었다"고 지적했다.
두 번의 정상회담이 이뤄진 2000년대는 '접촉의 시대'로, 남북간 신뢰회복을 위해 '접촉을 통한 변화'를 꾀하는 포용정책을 대북정책의 기조로 삼았다고 저자는 전했다. 이 시대에는 차관 공여 방식의 쌀 지원이 이뤄지고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철도도로연결 등 다양한 교류가 이어졌다.
김 교수는 "이 10년의 남북관계에서 가장 불안정한 부분은 국민적 합의 형성"이라며 "대북정책에 대한 합리적 보수의 지지를 구하고 초당적 협력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창 활성화된 남북관계는 2010년대에 불씨가 사그라들었고 이 책은 이 시기를 '제재의 시대'로 규정했다. 흡수통일을 기조로 제재에 몰두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상대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거나 실행계획이 없는 정치적 구호에 그쳐 남북관계를 바닥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김연철 교수는 책에서 "관계는 상호적이고 관계의 변화를 원한다면 변화를 원하는 쪽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며 "상대가 알아서 변하기만을 기다린다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351쪽. 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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