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시장 2008년 직전 美보다 엉망…금융위기 가능성"
러우지웨이 중국 전 재정장관 경고…"규제도 이뤄지지 않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현 금융시장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의 미국보다 더 엉망이라는 경고가 나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1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러우지웨이(樓繼偉) 전국사회보장기금이사회(NCSSF) 이사장은 전날 베이징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러우 이사장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중국의 경제개혁 추진에 참여한 인물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의 재정부 부장(장관급)을 지냈다. 중국 내에서는 대표적인 개혁 성향의 인물로 꼽힌다.
그는 "10년 전 미국 금융시장과 비교하면, 당시에는 파생상품의 위험과 수익이 정의되고 상품이 규제 당국에 등록돼 있었다"며 "현재 중국의 금융 시스템은 그보다 더욱 엉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금융 시스템은 심하게 왜곡돼 있으며, 중국에 전면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금융시장 왜곡의 사례로 통화 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차입 비용이 매우 높은 점을 들었다.
중국의 통화량(M2)은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넘어서 미국의 두 배 수준으로 팽창했다. 반면에 차입 비용을 결정하는 상하이 은행 간 평균 금리는 4.09%로 미국의 1.1%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작년 말 기준 중국의 M2는 167조6천800억 위안(약 2경8천500조원)으로 작년도 중국 명목 GDP의 203%에 달했다.
러우 이사장은 "최근 수년간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는 것은 통화 공급 확대에 따른 효과가 약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추가 부양책은 현금 보유보다는 금융 투기를 부추기고, 성장을 유도하는 데 제한적인 효과만을 거둘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단계 금융사기, 개인 간(P2P) 대출, 보험 상품 등 현란한 금융 채널과 기관들이 중국의 복잡한 자금조달 환경을 만들어냈으며, 많은 금융 기관과 유사 금융기관들은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복된 파생상품들이 차입 비용을 높이고 기업 활동을 악화시키고 있지만, 위험은 숨겨져 있다"고 경고했다.
지방정부 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수년간의 사회기반시설 과잉 투자 끝에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며 "이제 이러한 부채를 늘리는 것은 더는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금융시장 위험 해소를 경제 부문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금융시장 부정행위 등을 전면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는 올해 들어 한 달 새 수십 곳의 금융 기관에 총 20억 위안(약 3천4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지난해 총 벌금 부과액의 3분의 2에 달하는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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