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한국 전시 여는 스티븐 윌슨 "콜라보 매력은 균형 찾기"

입력 2018-02-01 09:30
수정 2018-02-01 09:45
첫 한국 전시 여는 스티븐 윌슨 "콜라보 매력은 균형 찾기"



현란한 실크스크린 작업…세계적 브랜드 협업으로 유명세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영국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인 스티븐 윌슨은 검정 티셔츠에 검정 조끼, 검정 바지 차림이었다. 현란한 막대사탕 같은 작품들과는 딴판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만난 작가는 "색색깔 작업을 하다가 작가 자신도 그렇게 변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이렇게 차분한 느낌의 옷차림을 좋아한다"며 웃었다.

작가가 영국 남동부의 한적한 항구도시 작업실에서 만들어내는 작품들은 대개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프린트한 판화다. 무엇보다 C(시안), M(마젠타), Y(노랑), K(검정)의 4색을 겹쳐서 만들어낸 이미지가 절로 눈길을 붙든다. 현란한 이미지와 단순하고 선명한 화면은 팝아트를 떠올리게도 한다.

한국에서의 첫 전시 '팝 사이키델릭'을 위해 방한한 작가는 "처음부터 칼라풀한 작업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학 다닐 때부터 레이어 작업을 좋아했어요. 학생 때는 경제적으로 버거운 상황이어서 스크린 프린팅은 못 했죠. 대신 제록스 인쇄기를 이용해 한 장을 인쇄한 뒤 그 위에다가 겹쳐서 인쇄하는 식으로 작업했는데 제록스가 아주 색이 선명하잖아요. 지금의 칼라풀한 작업이 거기에서부터 발전한 게 아닌가 싶어요."

작품의 주인공들은 운동화, 자전거, 카메라, 고양이 등 대개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보는 것들이다. 대부분 작가가 평소 사용하거나 가까이하는 대상들이다. 작가는 "모두가 아는 물건들이지만, 내 작품을 통해 더 깊이 생각할 기회가 생긴다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작가가 명성을 얻은 것은 세계적 브랜드들과의 활발한 협업 덕분이다. 이번 전시에도 나이키, 코카콜라, 시트로앵 등과 함께한 작품들이 대거 나온다.



작가는 "콜라보 작업은 모든 것을 쏟아붓는 저의 예술적 맥락과 상대 고객의 요구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즐거움이 있다"라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지만 또 그만큼 즐거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칼 라커펠트와의 작업을 두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끊임없이 제 의견을 물어봐 줘서 일하기 용이했다"고 설명했다. 칼 라커펠트와 작가가 함께 만든 재킷은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김희선이 입고 나오면서 눈길을 끌었다.

작가는 유명 브랜드들이 앞다퉈 자신을 찾는 이유를 묻자 "제 작업이 유연해서 다방면에 적용하기 쉬워서 그렇지 않겠냐"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금호미술관(1~11일)과 박영덕 화랑(1~23일), 갤러리전(1~28일)에서 열리는 한국 전시에도 YG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캐릭터인 크렁크,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온 이원의 시집 '사랑은 탄생하라'를 재해석한 작품이 나온다.

이번 전시를 마련한 아트매니지먼트 유니언의 박준헌 대표는 스티븐 윌슨을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시각예술의 요청을 자신만의 독특한 색과 문법으로 채색해 나가면서 문맥을 형성하는 작가"라고 평가했다.

문의 ☎ 02-720-6474(금호미술관).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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