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성 추문 불거진 검찰, 부끄러운 줄 알아야

입력 2018-01-31 18:02
[연합시론] 성 추문 불거진 검찰, 부끄러운 줄 알아야

(서울=연합뉴스) 현직 여성 검사가 과거 검찰 간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것과 관련해 검찰이 본격적인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대검찰청은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가 8년 전 한 상가에서 안태근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과 관련해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을 단장으로 하는 '성추행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서 검사가 폭로한 성추행 의혹 사건을 중심으로 검찰 내의 각종 성폭력, 성희롱 사건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필요하면 수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조 단장은 "진상조사를 통해 범죄 구성 요건을 갖췄다면 수사로 전환해 형사처벌할 것"이라면서 검찰 내 성희롱, 성폭력 사례를 전수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 검사가 최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한 성추행 의혹 등이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이다. 엘리트 집단을 자처하는 검찰의 조직문화가 얼마나 폐쇄적이고 저급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서 검사의 주장에 따르면 상가에서 성추행이 벌어질 때 안 전 검사장은 법무부 장관을 수행 중이었고, 다른 검찰 간부도 있었는데 제지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서 검사는 그 후 안 전 검사장한테 사과를 받지도 못하고 도리어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가해 의혹을 받는 안 전 검사장은 나중에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승진했다가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의 검찰 수사팀 간부들과 부적절한 회식을 한 일로 옷을 벗었다. 최교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현 자유한국당의원)은 서 검사에 대한 성추행 의혹에 문제를 제기하는 다른 여성 검사를 강압적으로 회유하려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안 전 검사장은 "술을 마셔 기억에 없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면 사과하겠다"면서도 서 검사한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최 의원도 회유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서 검사가 폭로한 내용의 구체성 등을 고려할 때 의혹이 사실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듯하다. 법에도 명시된 상명하복의 엄격한 위계질서, 남성 중심의 강압적 조직문화, 접대에 익숙한 술자리 등은 사실 검찰 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다. 이번 사건은 오랫동안 쌓인 검찰 내부의 폐단이 곪아 터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검찰은 서 검사 사건 등 성추행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를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서 검사가 8년간 피해 사실을 공개하지 못했듯이 검찰 내에 유사하거나 더 심한 일들이 벌어졌을 개연성이 크다. 실제로 검찰 안에서 다른 성추행 폭로가 나오고 있다. 조사단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대로 전수조사를 하는 게 좋다. 자체 조사에 한계가 있다면 외부 전문가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 검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성추행사건 자체보다 "무엇이 문제였으며,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언론과 시민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집요하게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성폭력 고발 '미투(MeToo)' 캠페인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급속히 퍼질 조짐을 보인다. 특히 성차별 분위기가 강한 변호사업계와 법원 내부에서 그런 기류가 감지된다고 한다. 시민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야 할 법조계가 이 정도라면 다른 분야는 말할 것도 없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엄정히 조사해 자체 조직문화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런 연후에 법조계 전체와 사회의 다른 분야에도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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