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경제"가 일본 경제활성화 '비장의 카드'로 각광
외국인 관광객 즐길 '나이트타임 이코노미' 활성화 정책 추진
이자카야·아카초징 등 일본 고유 서민문화 체험 인기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밤 경제"가 일본 경제를 활성화시킬 비장의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밤 경제' '밤 문화'라면 나이트클럽이나 라이브쇼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일본 경제 활성화 카드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른바 '나이트라이프 이코노미'는 외국인 관광객이 밤에도 나와 일본 문화를 즐기면서 돈을 쓰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NHK에 따르면 도쿄(東京) 하라주쿠에 있는 '가와이 몬스터(귀여운 괴물) 카페 하라주쿠'에서는 만화에나 나올법한 괴상한 차림의 여성이 입구에서 고객을 맞는다. 가게 안은 케이크 모양의 회전목마와 형형색색의 버섯 장식 등 일본 대중문화를 만끽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식사로는 대중적이고 컬러풀한 파스타와 파르페 등이 나온다. 평일인데도 오후 6시 가게 문을 열자마자 손님이 들기 시작했다. 대부분 외국인이다. 3년 전 오픈한 이 카페는 작년에 연 15만 명이 다녀갔다. 내방객의 40% 이상이 외국인 여행자였다. 해외에 특별히 선전한 것도 아닌데 SNS와 입소문 덕에 도쿄에 가면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소문이 났다고 한다.
JR 에비스(惠比壽)역 주변의 이자카야(居酒屋. 대폿집)들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2차, 3차, 4차 등 가게마다 들러 한 잔씩 하고 가는 관광코스다. 일본 서민들이 밤을 즐기는 방법을 체험해 보려는 미국 등 외국인 여행자가 아카초징(赤提?. 붉은 색 등롱을 내건 대폿집)을 순례하면서 꼬치구이와 에다마메(枝豆. 깎지 채 삶은 콩) 먹는 법, 레몬사와 마시는 법 등에 관한 설명을 들으면서 도쿄의 밤 문화를 만끽한다.
외국인의 '밤 놀이'를 경제 활성화 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일본 정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당국은 '나이트 타임 이코노미'라는 전문(?) 용어로 부르고 있다.
작년에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2천869만 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들이 숙박과 쇼팽에 쓴 돈은 4조4천161억 엔. 2016년 일본 전국의 백화점 매출총액이 5조9천억 엔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관광객의 일본 경제 기여도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외국인 관광객을 4천만 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들의 일본 내 지출액도 8조 엔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가 바로 '밤 경제'=나이트 타임 이코노미인 셈이다.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외국인 관광객을 거리로 불러내 돈을 더 많이 쓰도록 유도한다는 복안이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 등에 비해 밤에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많지 않아 성장소지가 크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미국 뉴욕의 경우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공연은 밤 8시 이후에도 성황을 이룬다. 지하철도 24시간 운행해 막차시간을 신경 쓰지 않고 나이트 타임을 즐길 수 있다. 영국 런던에서도 뮤지컬과 미술관을 밤늦게까지 즐길 수 있다. 주말에는 지하철을 24시간 운행한다. 영국의 '밤 경제' 파급효과는 4조 엔, 72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관광통계에 따르면 일본을 찾는 외국인이 체재 중 '오락서비스'에 지출한 금액의 비중은 1% 정도다. 이에 비해 미국은 10%, 프랑스와 독일은 8%나 된다.
일본정책투자은행 조사에서는 도쿄를 여행하려는 외국인의 절반 정도가 '나이트라이프를 체험해 보고 싶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실제로 일본은 여행해본 외국인 중 7%는 "바나 클럽 등 나이트라이프 체험에 불만"이라고 응답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사정을 감안, 나이트 타임 이코노미를 충실하게 만들기 위한 구체적 대책을 마련 중이다. 관광청은 작년 10월 일본체험관광을 충실하게 하기 위한 회의를 설치했다. 그동안 ▲쇼와 라이브를 개최할 수 있는 장소 확충 ▲심야 시간대 공공교통 부족 해소 ▲클럽과 라이브하우스 등의 심야 영업규제 완화 등이 과제로 떠올랐다. 당국은 야간 소음, 취객 대책 등과 함께 야간에 일할 인력부족 등 현실을 고려해 실효성 있는 규제 완화 등 구체적 정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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