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통합감독에 부담 가중…삼성생명 '전자 지분정리' 주목

입력 2018-01-31 15:36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부담 가중…삼성생명 '전자 지분정리' 주목

(서울=연합뉴스) 재계팀 = 31일 발표된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에 따라 삼성, 현대차 등 5개 재벌계 금융그룹은 경영 측면에서 부담이 커지게 됐다.

규제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면서 당장 자본확충 및 지분 매각 등의 문제를 검토해야 하고 내부거래 등에도 제한이 생기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발표 내용에 따르면 감독대상 금융그룹은 그룹별 대표회사를 선정해 금융계열사가 참여하는 위험관리기구를 설치·운영해야 한다.

당국이 정한 기준에 맞춰보면 그룹별 대표회사는 각각 삼성생명, 현대캐피탈, 롯데카드, 한화생명, DB손해보험 등이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그룹은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 사이의 내부거래 현황과 위험관리 상황 등을 빠짐없이 보고·공시할 의무가 생긴다. 이럴 경우 과거보다 거래의 자율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 금융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자본 적정성을 평가하게 되므로 자본금을 추가로 충당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추가 자본확충 여부는 동반부실 가능성을 평가하는 비금융 계열사의 전이위험을 어떻게 산출하느냐에 달렸다.

결국 정부가 연내 개발할 위험평가모델의 세부 내용에 따라 각 그룹의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자본 적정성 규제가 사실상 지분 구조가 가장 복잡한 삼성그룹을 겨냥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은 7.55%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만일 통합감독 도입으로 이런 계열사 출자분이 삼성생명 적격자본에서 빠지면 자본 적정성 지표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삼성물산이 조달한 자금을 삼성생명에 출자하고 삼성생명이 그 돈을 이용해 삼성전자에 출자할 경우 현행 감독 시스템 아래에서는 각각의 출자분이 모두 적격자본이지만, 통합감독 시스템 아래서는 그룹 내 출자분이 적격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자본확충을 위해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삼성그룹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키'로 여겨진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을 제외하고 이번에 감독대상이 된 다른 그룹들은 자본 적격성 면에서 큰 문제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통합감독 방안이 '이중규제'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미 업권별 감독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 전체 단위의 감독이 더해져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금융산업도 다양한 업종이 있고 각각의 리스크 관리 규정이 있는데, 각 산업을 하나로 통합하다 보면 이해 상충이 있을 수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 더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독대상이 된 주요 그룹들은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식적인 반응을 아꼈다.

현대차그룹은 "정부의 금융그룹 통합감독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구체적인 방안은 오는 3월 발표될 모범규준을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작년 10월 롯데 지주 출범 후 규정에 따라 2년 내 금융계열사를 지주사와 분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 방침이 정해지면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롯데 지주는 2년 내 롯데카드 등 금융계열사 8곳의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처지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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