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조직 내 피해자, 목소리 못 내…앞으로에 관심을"(종합)
"어떤 추행 당했는지가 본질 아니다…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바꿔나갈 것이냐"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 "지난해 박상기 장관에 보고했지만 조치 없어"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안태근 전 검사장의 8년 전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45·사법연수원 33기) 검사가 31일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 검사는 자신이 대리인으로 선임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46·연수원 32기)를 통해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 사건의 본질은 제가 어떤 추행을 당했는지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서 검사는 자료에서 "저는 대한민국 검사로, 법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지만 제 피해를 법적 절차에 따라 구제받지 못했다"며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구제 요청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저만의 문제가 아니다. 82년생 김지영의 문제가 김지영만의 문제가 아니듯 말이다"라고 강조했다.
서 검사는 "조직 내 성폭력에 대해 피해자는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며 "피해자가 피해를 이야기했을 때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폭력 피해자에 대한 편견 깨기, 성폭력 범죄에 대한 편견 깨기부터 시작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뒤에도 조직 내·외부에서 자신을 둘러싼 갖가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일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 후 제가 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지, 혼자만의 목소리를 냈을 때 왜 조직이 귀 기울일 수 없었는지에 주목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무엇이 문제였으며, 어떻게 바꾸어 나갈 것인가에 대해 언론과 시민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집요하게 관심 가져 주시기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저는 제 사건에서 언급된 분들에 대한 지나친 공격, 인격적 공격을 원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서 검사는 성추행 사건 이후 사건의 공론화를 여러 차례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직후 서 검사로부터 피해 사실을 보고받은 한 부장검사는 이 사실을 차장검사를 거쳐 검사장에게까지 보고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더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서 검사가 지난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이때도 사건의 공론화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JTBC에 출연한 김재련 변호사는 "서 검사가 박 장관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했고, 이후 박 장관의 진상파악 지시가 내려졌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지시를 했으면 보고를 받았을 텐데 박 장관이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렇게 추측하고 있는데 실제 보고를 받았는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대리인으로 선임된 김재련 변호사는 서 검사와 이화여대 법대 동문이며 같은 해에 졸업했다. 성폭력, 양성평등, 이민정책 등과 관련한 소송과 공익소송 등을 많이 처리했으며 각종 사회단체와 기구, 정부기관 위원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2013년 6월부터 2015년 7월까지 개방직 공개채용 제도에 따라 여성부 권익증진국장을 맡아 일하기도 했다.
한편 서 검사가 속한 창원지검 통영지청에는 서 검사를 응원하는 국민이 보낸 꽃바구니와 카드가 이어지고 있다.
대검은 이날 진상조사단을 꾸려 조사에 나서기로 했고 법무검찰위원회도 검찰 성폭력 전수조사를 권고했다.
<YNAPHOTO path='PYH2018013141400005200_P2.jpg' id='PYH20180131414000052' title='통영지청에 놓인 서지현 검사 응원 꽃다발' caption='(통영=연합뉴스) 최근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를 응원하는 꽃바구니가 31일 경남 통영시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안내데스크 앞에 놓여 있다. 2018.1.31 [독자 촬영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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