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화장실도 편히 못 가는 운전기사…격무에 교통사고까지
기본적인 의식주 보장 안 돼 기사들 '부글부글'
"당장 그만두고 싶어도 거액의 위약금 때문에 참고 일해"
조직위 "기사들이 운송에만 전념하게끔 최선 다하겠다"
(평창=연합뉴스) 장현구 이대호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 셔틀버스 운행을 맡은 기사 A 씨는 기자가 탑승하자 '화장실도 마음 편히 못 쓴다'며 열악한 처우에 대한 하소연을 시작했다.
평창 알펜시아 메인프레스센터(MPC)는 AD 카드 소지자만 출입할 수 있다. MPC에 잠시 정차한 A 씨는 "잠시 화장실만 쓰겠다"고 보안 요원에게 말했지만, 결국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MPC는 대회 기간 셔틀버스의 주요 정류장 가운데 하나다. 26일부터는 24시간 운행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기사를 위한 화장실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재 가장 많은 사람이 타고 내리는 국제방송센터(IBC)도 사정이 비슷하다. 출입구 쪽에 설치한 간이 화장실은 한동안 문이 잠겨 있었다.
기사들은 생리현상조차 마음 편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회 개막을 9일 앞둔 31일 현재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평창과 강릉 등에 투입한 기사는 600여 명이다.
대다수 기사는 입을 모아 근무 여건이 열악하다고 호소한다.
여러 차례 논란이 됐던 '부실 식사'는 물론이며, 잠자리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개인 침구류를 별도 구매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기사 B 씨는 "21일 처음 왔을 때는 숙소에 침구류가 부족했다. 그래서 따로 베개를 사서 썼다. 베게는 근무 시작하고 3일이 지나서야 주더라. 처음에는 수건도 턱없이 부족해서 남이 쓰고 세탁 보관함에 던져둔 수건까지 썼다"고 주장했다.
B 씨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평창올림픽에 지원했지만, 지금은 후회한다고 말한다.
그는 "여건도 너무 안 좋고. 근무 강도도 너무 강해 안전하게 운전하는 게 어려울 지경이다. 마음 같아서야 당장 그만두고 돌아가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받기로 한 돈의 2배를 위약금으로 내야 해 겨우 버티고 있다"고 호소했다.
조직위는 평창올림픽을 '가장 안전한 올림픽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휴식 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운전기사들은 간신히 졸음을 쫓으며 오늘도 운전대를 잡는다.
B 씨는 "계약서에는 하루에 최대 15시간만 근무한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의무적으로 8시간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말이 8시간 휴식이지, 실제로는 4시간만 잠시 눈붙이고 나가기 일쑤"라고 말했다.
우선 차고지에 주차한 뒤 숙소까지 이동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셔틀버스가 있지만, 배차 간격이 1시간이 넘기 일쑤라 이용하기 힘들다.
반대로 숙소에서 차고지로 가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겨울이라 차량 예열에 필요한 시간까지 고려하면 '8시간 휴식 보장'은 허울뿐인 말이라는 게 B 씨의 주장이다.
실제로 사고까지 났다.
진부와 정선을 오가던 셔틀버스는 지난 26일 오후 평창군 진부면 수항터널 근처에서 눈길에 미끄러져 전봇대를 들이받았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자칫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B 씨는 "당시 기사가 피곤한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깜빡 (상황을) 놓쳤다고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해서 운전하면 대회 기간에 또 사고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직위에서는 셔틀버스 운행 초기 인력 관리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는 걸 인정하고는 개선을 약속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식사 문제는 불편함이 없도록 질과 단가를 높이도록 하겠다. 숙박 관련 역시 지휘부에서 운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 수송에만 전념하게끔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기사들이 가장 불만을 보인 배차 문제에 대해서는 "올림픽 특성상 수요자에 맞춰 맞춤식으로 배차하다 보니 일부 업무가 몰리는 기사분들이 있는 거로 안다. 형평성에 맞게 조정해 휴식을 보장하겠다"며 "조직위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부조리 등으로 건의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건의하셔도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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