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미용실도 벤처 투자받는다…벤처 인증, 민간에 이관(종합)
벤처혁신대책 발표…사행·유흥업종 5개 제외하고 벤처 진입 가능
벤처투자촉진법 제정 추진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숙박업과 부동산임대업, 미용업 등의 업종에 속한 기업도 앞으로 벤처기업으로 인증 받아 벤처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된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31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민간 중심의 벤처생태계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벤처확인제도를 민간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벤처확인 주체를 기술보증기금·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공공기관 중심에서 벤처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 벤처확인위원회로 바꾼다.
벤처확인 유형별 요건도 개선한다.
기술 혁신성·성장성에 중점을 두고 기업을 심사하도록 보증·대출 유형은 폐지하고 신기술 성장 유형을 신설할 방침이다.
벤처투자 유형에 기관투자자 외에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사), 크라우드펀드 등 6개 투자자 유형을 추가하고, 연구개발 유형의 경우 연구인프라 인정 요건을 연구개발 전담부서 등으로 확대한다.
벤처기업 진입 금지 업종(23개)도 폐지한다. 단, 사행·유흥업종 5개는 폐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벤처기업 인증이 추가로 가능해진 업종은 여관업, 숙박업, 부동산임대업, 미용업, 골프장 운영업, 노래연습장 운영업 등 18개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업종 간 영역 파괴를 통한 혁신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벤처기업 진입장벽을 최대한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벤처기업으로 지정되면 벤처기업에 적용되는 다양한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벤처기업 규모도 지금까지는 중소기업에 한정됐지만, 앞으로는 매출 3천억원 미만의 초기 중견기업(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기업 제외)도 포함할 방침이다.
벤처확인 유효 기간은 2년에서 3년으로 확대된다.
중기부는 "벤처투자 및 연구개발 유형의 인정 범위가 확대되면 스타트업 등 약 2만7천개 기업이 벤처확인을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창업법과 벤처법으로 이원화된 벤처펀드 관련 제도를 일원화하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벤처투자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펀드 운용의 자율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사행성 업종 등을 제외한 전 업종에 벤처투자를 허용하고, 벤처캐피탈의 해외 투자 제한 규정을 없애기로 했다. 또 조건부 지분인수계약(SAFE) 등 다양한 투자방식을 허용할 방침이다.
벤처펀드의 공동운용사 범위를 증권사 등으로 확대하고, 액셀러레이터의 벤처투자조합 결성을 허용하기로 했다. 민간자금만으로 자유롭게 펀드를 결성하도록 벤처투자조합(KVF)에 대한 모태펀드 의무출자 규정도 폐지한다.
민간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도 민간의 자율성과 수익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우선 민간이 투자분야를 자유롭게 제안하고 모태펀드가 여기에 매칭 출자하는 '민간제안 펀드'를 올해 2천억원 규모로 도입할 계획이다.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의 출자를 유도하기 위해 모태펀드의 우선손실충당을 기존 10%에서 2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우선손실충당은 펀드가 손실이 났을 경우 모태펀드가 일정 비율의 손실을 먼저 떠안는 제도다.
민간 출자자에게 수익성 있는 모태펀드 지분을 이양하는 '콜옵션'도 기존 20%에서 최대 50%까지 확대한다.
정부는 스타트업의 자금 공급을 위해 올해 6천억원 규모의 혁신창업펀드를 조성하는 등 총 1조원 규모의 정책목적펀드를 결성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대책 가운데 시행령이나 고시를 통해 가능한 부분은 오는 4월까지 시행할 예정이다. 법률 제·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입법예고 등을 거쳐 내년 중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실행되면 연간 신규 벤처투자 규모가 지난해 2조4천억원에서 2022년 4조4천억원으로 약 1.8배 확대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은 현재 0.13%에서 2022년 0.23%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연 매출 1천억원 벤처기업을 현재 550여개에서 2022년 800개 이상으로, 현재 2곳에 불과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8개까지 육성할 방침이다.
홍 장관은 "한국 벤처가 새롭게 도약하려면 새로운 시스템과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지원은 더 열심히 하되 한걸음 뒤로 물러나 민간 중심의 수요자 맞춤형 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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