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 보험사기단' 적발…어린 아들딸 태우고 서로 들이받아
택시·대리·배달운전 친구들 역할 바꿔가며 사기극…금감원, 100명 수사의뢰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A씨와 B씨는 형제 사이다. 결혼해 아들딸도 낳아 기르고 있다. 알고 보니 이들은 '보험사기단'이었다. 사기 행각은 2012∼2016년에 걸쳐 벌였다.
동생 B씨는 2014년 1월에 형 A씨 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A씨는 보험사에 신고해 보험금 100만원을 받았다.
얼마 후 이번에는 A씨가 B씨 차를 추돌했다. B씨도 보험사에서 보험금 195만원을 타냈다.
이듬해에는 A씨가 제수인 B씨 배우자를 상대로 사고를 냈다. B씨의 배우자가 모는 차를 뒤에서 부딪혔고 182만원이 보험금으로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이들이 낸 사고가 모두 보험사기라고 31일 밝혔다. 보험금을 뜯으려고 일부러 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이렇게 18차례 '주거니 받거니' 저지른 사고로 A씨 형제들이 받은 보험금은 1억원이다.
합의금을 많이 받아내려고 배우자를 조수석에, 10살도 안 된 자녀들을 뒷좌석에 태운 채 사고를 냈다.
금감원은 이처럼 조직적인 보험사기 혐의자를 100명 적발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들이 뜯은 보험금은 14억원이다.
가해자와 피해자 역할을 번갈아가면서 사고를 내 보험금을 나눠 가진 게 특징이다.
택시기사, 대리운전기사, 배달기사, 자동차 정비업자 등 운전·정비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이 여럿 적발됐다.
친구·지인 사이로 얽힌 대리운전사 11명이 가해·피해자를 바꿔가며 32건의 사고를 내 6천만원을 타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배달 오토바이를 모는 친구 3명은 서로 부딪히거나 골목에서 자동차에 부딪히는 수법으로 50차례에 걸쳐 보험금 1천900만원을 받았다.
금감원은 보험사기대응단 장상훈 실장은 "보험금 지급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기획 조사로 조직적인 보험사기를 잡아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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