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평창 춥다고요? 제 고향 시베리아는 영하 57도예요"
러시아 출신 귀화선수 랍신, 대한민국 바이애슬론 메달 '정조준'
(평창=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개막을 9일 앞둔 평창동계올림픽의 주요 이슈는 강추위다.
시베리아 한파가 덮친 지난주 평창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3도에 머물렀다. 올림픽 준비과정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해외 취재진은 물론이며, 현지 주민까지 움츠리게 했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평창은 한국에서 가장 춥고, 역대 가장 추운 올림픽이 될 수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그러나 러시아 출신 귀화선수 티모페이 랍신(30·조인커뮤니케이션)에게 평창의 추위는 큰 문제가 아니다.
그는 3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별로 춥지 않다. 지낼 만하다. 내 고향은 영하 57도까지 떨어지는 곳"이라며 웃었다.
랍신의 고향은 시베리아 한복판인 크라스노야르스크 지방이다.
대한민국 면적의 23배인 크라스노야르스키 북부 지역은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36도까지 내려가는 동토(凍土)다.
블라디미르 레닌이 유배된 곳이기도 하며, 이오시프 스탈린은 이곳에 대규모의 수용소를 건설해 정적을 숙청했다.
랍신은 "추위에 때문에 경기력에 문제가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한바이애슬론연맹은 평창올림픽을 대비해 남자 2명과 여자 2명의 러시아 출신 선수의 귀화를 통과시켰다.
랍신은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에서 6차례나 우승한 정상급 선수다.
지난해 5월 십자인대를 다쳐 수술대에 올랐지만, 빠른 속도로 회복해 2017-2018 IBU 월드컵 3차 대회 남자 스프린트에서는 역대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인 8위를 기록했다.
박철성 바이애슬론 대표팀 감독은 "랍신 선수가 고지대 적응 훈련에서 다소 애를 먹었다. 현재는 순조롭게 컨디션을 회복하며 2월 11일 올림픽 스프린트 경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랍신은 "지금 몸 상태는 나쁘지 않다. 올림픽은 처음 출전하지만, 큰 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것도 (월드컵과 같은) 다른 대회를 준비하는 것과 다를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전지훈련 기간 중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날 받아준 한국에 메달을 선사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러시아에서 파벌 싸움에 말려들어 대표팀에서 탈락했던 랍신은 지난해 2월 천신만고 끝에 귀화 심사를 통과, 올림픽 출전 꿈을 이뤘다.
한국 바이애슬론 남자 대표팀은 평창올림픽 출전권을 1장만 확보했다.
'나 홀로 출전'을 앞둔 랍신은 "한국 남자 선수로 혼자 나라를 대표해 나간다는 데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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