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야권지도자, 비공식 '국민 대통령' 취임식…대역죄?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지난해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케냐 야권지도자가 비공식적으로 대통령 취임식을 했다.
케냐 야권연합 국민슈퍼동맹(NASA)의 라일라 오딩가 대표는 30일(현지시간) 수도 나이로비의 우후루 공원에서 수천 명의 지지자에 둘러싸여 대통령 취임선서를 했다고 일간 데일리 네이션 인터넷판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오딩가 대표는 이날 10분도 채 걸리지 않은 행사에서 "본인 라일라 아몰로 오딩가는 높은 요구에 부응하여 케냐 공화국의 국민 대통령직을 받아들인다"라고 선서했다.
이른 아침부터 땡볕에서 6시간여를 기다린 지지자들은 오딩가가 취임선서를 하며 성경책을 번쩍 치켜들자 커다란 함성과 환호를 내질렀다.
오딩가는 행사장을 떠나기 전 짧은 연설을 통해 "우리는 국민에 한 약속을 이룩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부통령 취임선서를 하기로 예정된 칼론조 무쇼카를 포함 NASA 내 주요 지도부 인사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지지자들도 실망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케냐에서는 지난해 8월 대선이 치러졌으나 투표결과 전송 과정에서의 변칙과 불법적인 오류를 이유로 대법원이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이 승리한 것으로 발표된 대선을 다시 치르라고 판결했다.
이어 선거관리위원회 개혁을 요구하며 오딩가 후보가 사퇴한 10월 재선에서 케냐타는 98%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으나 당시 투표율은 39%에 불과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지지자들과 대치한 가운데 케냐 통신청은 NTV, KTN, Citizen TV 등 3개 방송사에 오딩가 취임식 중계를 금지해 뉴스가 중계되지 않았다.
앞서 기투 무이가이 케냐 검찰총장은 지난달 오딩가가 비공식 취임을 하면 대역죄에 해당하며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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