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호·대청호 이름 바꾸자" 다시 불붙는 명칭 논쟁
국토지리정보원 국가지명위 의결 안 된 전국 20만곳 정비 착수
시민단체 중심 '청풍호'·'단양호'·'옥천호' 등 변경요구 봇물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내륙 복판에 자리 잡은 충주호와 대청호가 뒤늦은 명칭 논쟁에 휩싸였다. 현재 사용 중인 두 호수 이름이 정부에서 정한 공식 지명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생긴 일이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은 '충주호'·'대청호'라는 이름이 국가지명위원회 의결을 받지 않았으며, 공식적으로는 두 호수 모두 '지명 미고시 수역'이라고 31일 밝혔다.
이 기관은 2015년부터 전국의 산·섬·고개·마을 같은 자연 지명과 인공시설물에 대한 명칭을 정비 중이다.
정비 대상만 전국적으로 20만건에 달한다. 국가기본도에는 이름이 표시돼 있지만, 공식 절차를 밟지 않은 지명 미고시 댐과 호수 상당수도 이번 정비에 포함됐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국가지명위원회 의결과 고시를 거쳐야 공식 지명이 되는데, 전국의 댐과 호수 중에는 이런 절차를 밟은 곳이 한 곳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 차원의 지명 정비는 1961년 8만건이 처음 이뤄지고 1990년대 2만건이 추가됐지만, 국토개발 등으로 계속 수요가 발생한다"며 "이번에도 그런 차원에서 3번째 정비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관은 2016년 충청권 지명 정비에 착수해 해당 지역의 의견을 묻고 있는 중이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호수 명칭을 둘러싼 지역 갈등이 다시 불붙고 있다.
1985년 충주댐 건설로 탄생한 충주호가 대표적인다.
국내 최대 콘크리트 중력식댐인 이곳은 충주·제천·단양 3개 시·군에 걸친 97㎢의 드넓은 담수 면적을 자랑한다.
국가 기본도에는 '충주호'로 표시돼 있지만, 제천시는 댐 건설 당시 수몰면적이 가장 넓고, 담수 면적도 최대인 청풍면의 청풍명월 이미지를 함축해 '청풍호'로 부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천시는 1998년 충북도 지명위원회에 정식으로 명칭 변경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제천지역 호수를 '청풍호'라고 부르면서 각종 행사나 홍보 등에 활용하는 중이다.
이에 질세라 단양군도 지난해 새로 만든 수중보 일대 남한강 유역 호수를 '단양호'로 명명한 뒤 수상 레포츠 시설을 다채롭게 갖추는 등 명칭을 둘러싼 논쟁이 되풀이돼 왔다.
청풍호 명칭 사용을 요구하는 제천사랑·청풍호사랑위원회 장한성 위원장은 "이번에야말로 청풍호로 이름을 정할 기회가 왔다"며 "조만간 시민들의 역량을 모으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1980년 건설된 대청댐의 상황도 비슷하다.
대전시와 충북 청주시, 옥천·보은군에 걸쳐 있는 '대청호'는 대전과 청주의 중간에 자리 잡아 생긴 이름이라는 주장과 충남·북의 경계를 이루던 대덕군과 청원군의 첫 글자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호수 전체 유역의 30.4%를 점한 옥천지역에서는 일부 시민단체 등을 주축으로 '옥천호'를 부르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보다 앞서 대전시는 작년 10월 지명위원회를 열어 종전대로 '대청호'라는 지명 사용을 의결한 상태다.
현행법은 2곳 이상의 자치단체에 걸친 지명을 결정할 때는 반드시 상대 지역의 의견을 듣도록 했다. 옥천군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명칭 시비가 표면화될 가능성도 있다.
군 관계자는 "지난 24일 주민 대표, 향토사학자, 지역 언론인 등이 모여 간담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맺지 못했다"며 "더 많은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마련해 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국가명위원회에 상정하려면 시·군·구 지명위원회와 시·도 지명위원회를 먼저 거쳐야 한다. 2개 시·군이 관련된 곳은 두 지역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토지리정보원 강기희 주무관은 "지명 고시는 법적으로 강제된 사항이 아니어서 지역간 갈등이 있는 곳은 이번 정비에서 빠질 수 있다"며 "해당지역 주민들이 현명한 결론을 내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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