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오달수 콤비가 말하는 '조선명탐정'의 의미
김명민 "논리적으로 따질 수 없는 영화…'허세의 끝' 보여줬죠"
오달수 "시리즈는 기다림의 결과…웃음 속에 메시지 담겼으면"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코믹 시대극 '조선명탐정'은 김명민과 오달수가 2011년부터 이끌어온 시리즈다. 자타공인 조선 최고의 탐정이지만 허세 가득한 김민(김명민 분)과 돌직구를 마다않는 충직한 조수 서필(오달수)의 캐릭터가 영화의 팔할 이상이다.
세 번째 에피소드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이 다음달 관객을 찾는다.
김명민과 오달수를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차례로 만났다. 한국식 프랜차이즈 영화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조선명탐정'에 대한 두 배우의 애정과 자부심은 남달랐다. 오달수는 시리즈의 의미를 '기다림'으로 정의했다.
"김석윤 감독과 김명민과 저, 이렇게 셋 중에서 한 명이라도 빠지면 하지 않는 걸로 했어요. 기다림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1편은 정말 정신없이 찍었는데 시리즈물로 정착되다보니 정돈되고 발전되는 느낌이에요. 이제 감독이 지향하는 코미디의 방식이나 '조선명탐정'이 가야할 길을 조금씩 알게 됐죠. 그걸 알아가는 과정이 재미고 그 재미가 애착으로 변했어요."
김명민은 "이제 설날엔 조선명탐정이 없으면 허전할 만큼 시리즈가 자리매김을 한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1편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년)과 2편 '사라진 놉의 딸'(2015년) 모두 설 연휴에 관객을 만났다. 두 편을 합한 관객수가 865만명에 달한다. 김명민은 시리즈가 계속 이어진 데는 관객의 힘이 크다고 말했다.
"이제 8년 됐는데 1탄, 2탄 생각하면 그때 추억이 떠오르지 않나요? 관객도 같이 나이 먹어가면서 뿌듯함과 아련함이 느껴지면 좋겠어요. 우리만의 잔치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명맥을 잘 유지해서 4탄, 5탄까지 갔으면 합니다."
그러나 시리즈가 거듭되는 동안 이들도 나이를 먹었고 체력도 예전 같지 않다. 김명민은 "1탄 때는 1킬로미터를 전력질주해도 지치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게 뛸 수 있지만 감독님 배려로 액션이 많이 줄고 있다"며 "체력을 더 쌓아서 어떤 액션이 나와도 굴하지 않도록 하는 게 배우로서 준비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오달수는 "감독이 안전에 신경을 많이 쓰더라. 이제 우리 나이를 못 믿겠다는 것"이라며 웃었다.
오달수는 체력과 효율성을 감안해 4∼5편을 한꺼번에 찍는 방안도 있다고 귀띔했다. '007' 시리즈처럼 주연 배우를 바꿔 이어갈 수도 있다고 했다. "4편이 1편 같은 신선한 느낌도 좋지 않을까요. 새로운 인물들이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요."
김명민은 "달수 형이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할 때가 가끔 있다"며 껄껄 웃었다.
김명민은 영화 속 김민과 어느 정도 닮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조선의 현실로 깊숙이 들어가는 이번 영화에 대해 "감독 의도와 상관없이, 시대를 반영하는 건 아니다"라고 호탕하게 말하기도 했다. 김민의 허세는 상당 부분 스스로 알아서 채웠다.
"감독이 '이건 자유연기니까 알아서 하라' 하더라고요. '나 이런 남자야' 하면서 허세의 끝을 보여줬죠. 박수칠 때 배우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여전해요. 이것도 허세인가요? 하하."
반면 오달수는 관객의 폭소를 터뜨리는 서필과 달리 차분하고 진중하다. 적절한 단어를 골라가며 느릿느릿 말한다. 김명민은 촬영현장의 오달수를 이렇게 전했다.
"새침하고 낯 가리고 차분하고 남의 말을 경청해요. 그러면서도 자기 의사는 소신있게 얘기하고요. 저와 조곤조곤 얘기하다가 촬영 들어가면 딱 보여주는 거죠. 완전 프로예요."
오달수는 천만 영화 여덟 편에 이름을 올렸다. 작년 연말 개봉한 '신과함께-죄와 벌'과 '1987' 두 편의 관객수를 합하면 2천만 명이 넘는다. '천만 요정'이라는 수식어가 이제는 식상할 정도다. 그러나 오달수는 흥행 동력에 대해서도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떤 배우들은 300만명 넘겨보는 게 소원이라고도 해요. 저는 굉장히 운이 좋다고 봐야죠. 좋은 작품에 캐스팅되기가 쉽지 않잖아요. '신과함께'는 워낙 원작이 탄탄했고, '1987'은 제대로 발언하기 위해 기획된 작품이에요. 둘 다 기대한 만큼 나온 거죠."
세 번째 에피소드에는 오달수의 출세작 '올드보이'(2002)의 유명한 장도리 신 패러디가 나온다. 8년간 시리즈를 이끌어온 오달수에 대한 헌사로도 읽히는 장면이다.
"너무 반가웠죠. '올드보이' 때 최민식 형님이 열일곱 시간 동안 찍고 나서 쓰러진 장면이에요. 저는 그에 비하면 너무 쉽게 찍었어요. 세 번 만에 오케이가 나왔어요. 최민식 형님의 열연 덕분에 저는 거저 먹은 거죠."
'조선명탐정'의 관전 포인트와 시리즈가 앞으로 가야할 길에 대한 대답에서도 두 배우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났다.
"분석하고 파헤치는 영화 너무 많잖아요. 힐링하고 치유하는 영화도 있어야죠. 이건 솔직히 논리적으로 따질 수 없는 영화예요. 파헤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영화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요." (김명민)
"똑같은 인물이 나오니까 식상하지 않은 소재가 필요해요. 슬랩스틱에 가까운 웃음 속에도 메시지가 담겼으면 좋겠어요. 웃고 난 다음에 생각하게 만드는 식으로요. 그러면 좀더 완벽해지지 않을까요." (오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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