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 러시아 선수들 도핑 사실 알고 있었다"

입력 2018-01-30 17:21
수정 2018-01-30 17:31
"푸틴 대통령, 러시아 선수들 도핑 사실 알고 있었다"



미국 망명 前 모스크바반도핑실험실 소장, 獨방송 다큐서 주장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전(前) 모스크바반도핑실험실 소장 그리고리 로드첸코프가 주장했다.

30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베도모스티' 등에 따르면 로드첸코프는 독일 공영방송 ARD가 만든 러시아 도핑 관련 새 다큐멘터리 영화 예고편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로드첸코프는 얼굴 없이 목소리만 녹음된 ARD 인터뷰에서 "(소치 올림픽 당시) 스포츠부 장관이었던 비탈리 무트코(현 부총리)가 푸틴 대통령에게 선수들의 도핑에 대해 보고했다"면서 "내가 스포츠부 차관 유리 나고르니흐에게 보고했고 그가 무트코 장관에게 정보를 전달했으며 무트코가 다시 푸틴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푸틴이 무트코를 통해 전면적이고 구체적인 (도핑) 세부내용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확신한다. 무트코가 내게 개인적으로 푸틴이 나의 이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모든 명령은 대통령에게서 나왔다. 그만이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에 그러한 과제(도핑 샘플 바꿔치기 등)를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로드첸코프의 발언을 증명할 만한 증거는 예고편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10년간 모스크바반도핑실험실 소장을 지낸 로드첸코프 박사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2015년 러시아 측의 반도핑 규정 위반 사실을 거론하며 러시아 육상팀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금지를 국제올림픽(IOC)에 건의한 후 생명의 위협을 느껴 미국으로 탈출했다.



로드첸코프는 이후 미국에서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그가 행한 도핑 결과 조작 등 자신이 알고 있는 비밀들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소치 올림픽 기간 중 이른바 3중 칵테일 약물을 복용한 러시아 선수들의 소변 샘플을 FSB가 가져온 다른 깨끗한 샘플과 바꿔치기한 사실도 털어놨다.

리우 올림픽 개막에 앞서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펴낸, 러시아 도핑에 관한 맥라렌 보고서도 상당 부분 로드첸코프의 증언에 기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맥라렌 보고서로 리우 올림픽 육상과 역도 종목에 러시아 선수들의 참가가 금지됐고 패럴림픽에는 러시아 선수들의 출전이 전면 금지됐다.

IOC는 앞서 지난해 12월 소치올림픽에서 자행된 러시아 선수단의 조직적인 도핑 조작 사건을 이유로 러시아 국가 선수단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불허하고 개인 자격 출전만 허용했다.

현재 연방증인보호프로그램의 적용하에 미국 내 모처에 머물고 있는 로드첸코프는 평창 출전금지 처분을 받은 러시아 선수들의 소청으로 열리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청문회에도 원격 화상 연결로 증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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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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