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미래 예측의 결과'…화성 해양특화산단 조성 불발

입력 2018-01-31 07:14
'어설픈 미래 예측의 결과'…화성 해양특화산단 조성 불발

저조한 분양에 너도나도 입지 가능한 일반산업단지로 변질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경기도가 한국 해양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며 의욕을 보인 화성시 '전곡 해양특화산업단지'조성 사업이 결국 실패로 끝났다.



해양레저 수요 증가 등 미래 해양산업 전망과 국내 관련 산업 현황에 대한 지자체의 어설픈 예측과 분석이 빚어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도와 화성도시공사 등에 따르면 도는 2009년 6월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일대 161만7천㎡를 해양복합산업단지로 지정했다.

경기도시공사와 화성도시공사가 공동 조성하는 이 산업단지에 요트·보트의 제조와 수리, 판매 등 다양한 해양 관련 업체들을 입지하도록 해 이곳을 한국 해양산업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국민소득 증대 및 주 5일제 근무제 시행으로 해양레저 수요가 증가하는 등 해양 관련 산업이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산업단지 조성공사는 5천37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의 시행 기관별 분담 문제 등으로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당초 목표보다 3년 늦은 2016년 말 마무리됐다.

완공 이후에도 당초 취지대로 해양 관련 업체들의 입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분양률이 극히 저조했다.

이 산업단지에 들어올 수 있는 국내 해양 관련 업체가 많지 않을뿐더러 그나마 있는 업체도 대부분 소규모 영세업체였기 때문이다.

이에 도와 조성사업 담당 기관들은 분양률을 높이고자 수차례 사업계획을 변경해 산업단지 입지 업체 제한을 점차 완화, 지금은 해양과 관련 없는 식품제조업체, 섬유제조업체 등의 입지도 가능해졌다.

결국, 이 산업단지는 특화산단을 목적으로 조성을 시작했으나 현재는 일반산업단지와 다름없게 된 것이다.



현재 이 산업단지의 분양률은 78%이고, 72개 업체가 입지해 있지만, 이 업체 중 해양산업 관련 업체는 서너 곳에 불과하다.

특화산단 조성이 실패한 데 대해 도가 2008년부터 화성시 일대에서 보트쇼와 요트대회 등을 개최하면서 미래 해양레저 수요 예측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내다본 것은 물론 국내 관련 산업체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도가 이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서해안 지역을 대상으로 추진해 온 '골드코스트 프로젝트', '시화호 워터콤플렉스', '시화호 관광산업 프로젝트' 등 수많은 개발 계획도 현재 대부분 백지화됐거나 축소된 상태다.

도 관계자는 "국내에 해양산업 관련 업체가 한정된 상황에서 해양특화산업단지의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입지 가능 업종을 점차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화성도시공사 관계자도 해양특화산업단지가 당초 조성 목적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현재는 사실상 일반산업단지가 됐다는 지적에 공감하며 "산단 조성 초기 관련 산업의 미래 예측을 잘 못 한 것 같다"고 말했다.

k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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