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된 히잡에 질렸다…이란 여성들 '자기결정권' 시위
히잡 벗어 막대기에 걸고 흔드는 번화가 퍼포먼스 속출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이란 곳곳에서 여성들이 외출 시 머리에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히잡을 벗어 던지는 이색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시위를 처음 시작한 여성에 이어 이달 뒤따라 같은 방식으로 시위를 벌인 또 다른 여성이 각각 경찰에 체포됐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히잡 의무착용에 반발하는 한 이란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벗고 시위하다 체포된 데 이어 이날 또 다른 여성이 연대의 의미로 같은 시위를 벌이다 체포됐다.
지난달 시위를 처음 시작한 여성은 31세의 비다 모바헤드로 알려졌는데 그는 테헤란 도심의 번화가 엥겔라브 거리에서 높은 곳에 올라가 히잡을 벗어 긴 막대기에 걸고 흔드는 일종의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장면은 행인들이 휴대전화로 그의 시위 모습을 촬영해 SNS에 올리면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그동안 그의 신상에 대해 알려지지 않다가 이란의 유명 인권 변호사인 나스린 소토우데가 지난 27일 그의 석방 소식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소토우데에 따르면 체포된 두 번째 여성은 이날 오전 11시 첫 시위 장소와 같은 곳에서 10분여가량 히잡을 막대기에 걸고 흔들다 사복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을 촬영하던 2명도 함께 체포됐으나 이들의 석방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소토우데는 밝혔다.
나르제스 호세이니로 확인된 이 여성을 비롯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벗는 시위에 동참한 여성은 SNS상에서 확인된 것만 지금까지 6명에 이른다고 NYT는 전했다.
소토우데는 "그(호세이니)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소녀들과 여성들은 강요된 (히잡에) 질렸다.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도록 허하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란 여성들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외출 시 의무적으로 히잡을 착용해야 하지만 최근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거부감을 느끼는 젊은층 사이에서 의상이나 외모에 관한 각종 규율을 완화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테헤란 일대에서 특히 많은 여성이 자가용 내부는 사적인 공간이라며 운전 중 히잡 착용을 거부하는 추세다.
'나의 은밀한 자유'(My Stealthy Freedom)라는 히잡 벗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이란 출신 여성 인권운동가 마시 알리네자드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이란 여성들이 히잡을 벗은 사진을 올리도록 독려하고 있다.
NYT는 히잡을 벗어 던지는 시위는 비록 참가자 수는 많지 않지만, 개인의 품행을 규제하는 이슬람 율법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흔치 않은 징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알리네자드는 "강요된 히잡은 이란에서 여성 억압의 가장 뚜렷한 상징이며 그렇기 때문에 히잡을 착용하거나 벗어던질 권리를 위한 싸움은 완전한 평등을 향한 첫 단계"라고 주장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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