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중매매' 배임죄 처벌 맞나…대법, 공개변론 열기로
'배임죄 성립' 판례 바꿀지 놓고 논쟁…민·형사 및 부동산 분야에 파급력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이른바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개변론을 연다.
부동산 이중매매는 땅을 판 사람이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고도 소유권 이전등기를 안 해주고, 다른 사람에게 저당권을 설정해주는 것을 뜻한다. 이런 행위가 민사적 책임을 지는 데 그치지 않고 처벌까지 받을 사안인지를 가리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기로 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른 사람에게 판 땅에 또 다른 사람 이름으로 저당권을 설정해준 혐의(배임)로 기소된 심모씨의 상고심 사건의 공개변론을 3월 22일 오후 2시30분 대법정에서 연다고 30일 밝혔다.
심씨는 2012년 10월 자신의 땅을 9천700만원에 팔기로 계약하고 A씨로부터 계약금 2천만원과 중도금 1천만원을 받았다.
이후 잔금 지급이 늦어지면서 소유권이전등기도 미뤄졌다. 그러자 심씨는 B씨로부터 9천500만원을 빌린 뒤, A씨와 계약했던 땅에 B씨 이름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해줬다.
검찰은 땅을 사기로 한 사람에게 이미 중도금까지 받았는데, 다른 사람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는 형법상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심씨를 기소했다.
재판의 쟁점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중도금까지 받은 사람은 땅을 사려는 사람에게 소유권 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가 있는지, 이런 등기 이전을 '다른 사람을 위한 사무'라고 볼 수 있는지다. 타인의 사무와 관한 법적인 의무가 있는데, 그걸 어긴 채 이익을 챙기면 배임 행위가 된다.
1·2심은 심씨가 배임죄를 범했다고 보고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중도금까지 받은 이상 땅을 판 사람으로서 산 사람에게 온전한 소유권을 이전등기해줄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판례는 '판 사람이 등기이전에 도와주지 않으면 산 사람은 땅 소유권을 얻을 수 없다. 따라서 등기이전에 협조해야 하는 의무는 산 사람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타인 사무에 해당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땅을 판 사람과 산 사람은 법적으로 위임관계가 없는데, 단순히 등기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형사책임까지 물어야 하는지를 따지려면 세밀한 심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대한법무사협회, 대한변호사협회, 전국은행연합회, 한국민사법학회, 한국법경제학회 등 6개 단체에서 의견을 제출받았다. 그리고 판결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고, 공개변론을 결정했다.
공개변론에서 심씨 측 변호인과 검찰은 배임죄를 인정한 기존 대법원 판례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민사상 '사적자치 우선의 원칙'에 따라 민사책임만 인정할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법리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또 공증인 제도나 에스크로제 도입 등 배임죄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땅을 산 사람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형법뿐만 아니라 민법 분야, 부동산 거래 실무에도 파급력이 있는 이 사건의 공개변론이 결정되면서 관련 쟁점에 관한 논쟁이 오가는 공론의 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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