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가 봉숭아학당도 아니고"…충남인권조례 폐지 보류 번복

입력 2018-01-30 10:59
"의회가 봉숭아학당도 아니고"…충남인권조례 폐지 보류 번복

시민단체 "한국당 의원들, 전무후무한 막가파 행동" 비판

(홍성=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자유한국당 소속 충남도의원들이 인권조례 폐지 조례안 보류 결정을 하루 만에 번복해 논란을 빚고 있다.



30일 충남도의회에 따르면 한국당 소속 도의원들은 전날 의원총회를 열고 '충남도민 인권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충남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이날 행정자치위원회(행자위)에서 재심의키로 결정했다.

유익환 도의회 한국당 대표의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의원님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갈등이 더 이어지기 전에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여서 오늘 행자위를 다시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동욱 행자위원장은 전날 열린 심의에서 "폐지 조례안에 대한 다각적인 의견을 듣겠다"며 조례 폐지안 처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던 도의회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보류 결정을 번복한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이진숙 충남인권위원회 부위원장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의회가 봉숭아 학당도 아니고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안 나온다"며 "의회의 역할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협력하는 것인데, 당 차원에서 행자위 결정을 뒤엎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위원장은 이어 "한국당 소속 김동욱 의원도 조례 폐지 추진으로 너무 많은 갈등이 일어나는 데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조례 폐지 반대 입장을 고려해 결정을 보류키로 한 것인데, 일부 강경파 의원들이 표결로 밀어붙이겠다고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삼열 충남 인권조례 지키기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도민을 허수아비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더 많은 의견을 듣겠다더니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재심의를 하겠다는 것은 정상적인 의회 기능을 상실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우 위원장은 이어 "폐지안 논의가 부담스럽다면 6월 지방선거 이후로 새로 구성되는 의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며 "한국당 의원들이 어떻게든 인권조례를 밀어붙이려 전무후무한 막가파식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충남 인권조례는 2012년 5월 당시 자유선진당 소속이던 송덕빈 의원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도민 인권 보호를 위해 주도적으로 발의해 제정했다. 현재 충남도를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6곳이 인권조례를 제정, 시행 중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의원 23명을 포함한 충남도의원 25명은 인권조례가 도민 갈등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전국 최초로 인권조례 폐지를 추진해 논란을 빚고 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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