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인권조례 폐지안 도의회 상임위 보류…"다양한 의견 듣겠다"
(홍성=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자유한국당 소속 충남도의원들이 주도해 추진하는 충남 인권조례 폐지안이 도의회 상임위원회에서 보류됐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행자위)는 김종필 의원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소속 23명, 국민의당 소속 1명, 무소속 1명 등 충남도의원 25명이 공동 발의한 '충남도민 인권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충남인권조례)' 폐지안 심사를 보류한다고 29일 밝혔다.
김동욱 행자위원장은 "폐지 조례안에 대한 관련 법규와의 연계성을 확인하고, 다각적인 의견을 듣기 위해 조례 폐지안을 재상정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심의는 자유한국당 의원 6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2명 등 행자위 위원 8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위원들은 조례 폐지안을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으로 나뉘어 열띤 공방을 벌였다.
폐지안을 대표 발의한 김종필 의원은 "충남도민 인권선언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를 주장함으로써 남녀구분이라는 질서를 어지럽히고 동성애를 옹호해 에이즈를 확산할 우려가 있다"며 폐지안 추진 이유를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눈 밝은 기독교 목사님들이 문제 제기를 잘해 주셨다"며 "의원님들은 무슨 내용인지도 잘 모르고 2015년 인권조례 전부 개정에 손을 들어준
것뿐이며 함정에 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김 의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조례 폐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종문 의원은 "헌법 제10조와 11조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돼 있고,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조례 폐지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상위법을 부정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이어 "김종필 의원님이 주장하시는 대로 부작용이 우려스럽다는 이유로 조례를 없앤다면 충남 434개 조례 중 부작용이 우려되지 않는 조례가 없는데 모두 폐지해야 한단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공휘 의원도 "국내 질병본부 통계 현황을 보면 여성의 경우 동성에 의한 에이즈 감염은 없었다"며 "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3.7%가 전체 도민 211만명을 대변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이어 "폐지 조례안을 발의하신 분들이 모두 한국당 의원들인데, 자유한국당 윤리 강령과 윤리규칙에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한다고 돼 있다"며 "소속 당 윤리규칙도 저버리자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충남 인권위원회는 이날 조례 폐지안이 보류된 것과 관련해 논평을 내고 "도의원들이 뒤늦게라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반헌법적 폭거를 저지르는 결정을 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인권을 지키기 위한 차별금지 원칙에 성 소수자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충남 인권조례는 2012년 5월 당시 자유선진당 소속이던 송덕빈 의원과 새누리당 의원들이 도민 인권 보호를 위해 주도적으로 발의해 제정했다. 현재 충남도를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6곳이 인권조례를 제정, 시행 중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의원 23명을 포함한 충남도의원 25명은 인권조례가 도민 갈등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전국 최초로 인권조례 폐지를 추진해 논란을 빚고 있다.
jyou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