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평창올림픽 다자외교도 충실히 준비해야 하지만

입력 2018-01-29 18:58
[연합시론] 평창올림픽 다자외교도 충실히 준비해야 하지만

(서울=연합뉴스) 다음 달 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21개국에서 정상급 인사 26명이 방한한다고 청와대가 29일 발표했다. 세계에 생중계될 개막식에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비롯해 16개국의 정상급 외빈이 참석한다. 선수단은 총 92개국에서 2천943명이 참석해 동계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급 인사들을 위한 리셉션을 열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을 포함한 14개국 정상급 인사들과 개별 오·만찬이나 회담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 정상급 인사는 올림픽 개막 축하 사절로 평창을 찾지만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상급 다자외교의 무대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와 현안이 많지 않은 유럽국가 정상들이 여럿 있어, 북핵 등이 걸린 아베 총리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는 다를 것이다. 그래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국제무대에서 든든한 우군을 만들 기회로 보고 회담 준비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정부는 최선을 다했겠지만, 한반도 주변 4강 정상 중 유일하게 아베 총리만 참석하는 것은 아쉽다. 그것도 위안부 합의 문제를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하다 어렵게 오는 듯한 모양새다. 미국은 펜스 부통령, 중국은 당 서열 7위인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이 온다. 러시아는 정부 차원의 도핑 조작 혐의로 국가대표팀으로 참가하지 못해 대표단을 파견할지조차 불투명하다고 한다. 참석이 유력하다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다다 총리가 막판에 빠진 자리가 그래서 더 커 보인다. 직전 대회인 소치 동계올림픽 때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총리 등 40여 개국 정상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참석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세계의 일부 정상이 러시아 인권문제 등에 대한 항의로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했지만 많은 정상이 개막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가 국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당시와 비교되는 것은 인지상정인 듯하다.

그러나 실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개막식에 주요 정상들을 불러 국력을 과시하는 것을 넘어 반드시 달성해야 할 분명한 목표가 있다. 평화 올림픽을 통해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북한을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끌어낸다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참가를 준비하기 위해 남북 선발대가 오가고,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해 훈련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논란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일정이 더 중요하다.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 구성이 발표되고, 개막식 전날 5만여 명을 동원한 북한 인민군의 건군절 열병식이 벌어지면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려면 우리는 더 많이 노력하고 인내해야 한다. 북한도 도발적 태도를 자제하고 평창올림픽의 평화적 개최에 협력해야 할 것이다. 남북은 고위급회담에서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민족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그것이 허튼소리가 아니었음을 남북이 함께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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