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임금 올라도 '가처분 소득'이 늘지 않는 이유

입력 2018-01-30 07:00
일본 임금 올라도 '가처분 소득'이 늘지 않는 이유

인상분의 절반, 보험료·세금 등 공적 부담 증가

주주중시 경영·높은 유보비율도 임금인상 여력 제약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근로자들의 임금이 올라도 가처분 소득이 기대만큼 늘지 않는 것은 임금인상분의 절반가량이 보험료와 세금 등으로 나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기업 수익에서 차지하는 주주 배당 비율 증가분이 종업원 배당비율 증가분보다 높고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일본 기업의 사내유보율도 종업원 급여 인상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일본 내각부의 국민경제계산에 따르면 2016년 근로자들이 받은 급여총액에 가까운 '명목고용자보수'는 4년 전보다 16조8천억 엔 증가했다, 그러나 근로자가 손에 쥐는 '가처분 소득'은 7조9천억 엔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난 명목 총액의 절반 정도가 공적인 보험료와 세금으로 나간 셈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지적했다.

일본은 2025년에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1949년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단카이 세대(團塊)'가 모두 75세 이상이 돼 의료와 개호(돌봄)에 막대한 돈이 들게 된다. 이에 필요한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된다. 건강보험조합의 평균 요율은 2017년 9.2%로 5년 만에 1% 포인트 높아졌다. 연봉 600만 엔의 근로자라면 자기 부담액이 연간 3만 엔 늘어난다. 개호보험료 전국 평균도 지난 5년간 1만엔 올랐다.

다이와(大和)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연간 수입 1천만 엔인 맞벌이 부부 가구의 경우 가처분 소득이 2011년부터 2017년에 걸쳐 약 38만 엔 감소했다. 자녀수당 관련법 개정으로 12만엔, 사회보험료율 인상으로 10만엔, 소비세율 인상으로 16만 엔이 각각 줄었다. 2019년 10월에 소비세율이 10%로 인상되면 손에 쥐는 돈은 2020년까지 9만 엔이 추가로 감소한다.

가처분 소득에서 저축으로 돌린 비율을 의미하는 저축률은 2016년까지 3년 연속 높아졌다. 저축률이 높아진 것은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고령 인구가 증가하는 국가에서는 낮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미쓰비시(三菱)UFJ모건스탠리증권 관계자는 "고용과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장래 불안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양식 주주중시 경영이 강화되면서 주주배당 증가율이 종업원 급여 증가율을 앞선 것도 기대만큼의 급여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기업들은 2005년부터 주주 배당 증가율이 종헙원 급여 증가율을 앞서기 시작했다.

미즈호종합연구소에 따르면 기업이 생산한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주주 몫(주주 등 분배율)은 2015년 8%로 2000년 이래 6%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종업원의 몫(노동분배율)은 2015년 74%로 1994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0년부터만 해도 9% 포인트 낮아졌다. 주주 배당 비율이 서양 수준에 근접하게 높아지는 사이 종업원에 대한 분배가 뒷전으로 밀린 결과다.

기업의 부가가치 생산분 중 중 최종적으로 기업에 남는 비율(내부유보비율)이 높은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2015년 일본 기업의 내부유보비율은 11%로 미국의 4%, 독일의 7%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상장기업의 현금과 예금 보유금은 약 100조 엔(약 978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내 유보금을 줄이면 급여를 올릴 여력이 있다는 계산이다. 노무라(野村)증권에 따르면 2017년 대기업의 매출액 중 인건비 비중은 9.3%로 2000년 10.5%에서 감소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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