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동갑 남편과 장애 아들 남겨놓고…아내와 엄마가 떠났다

입력 2018-01-29 16:28
띠동갑 남편과 장애 아들 남겨놓고…아내와 엄마가 떠났다

세종병원 희생자 중 가장 어렸던 이희정(35)씨 발인…14살 아들은 엄마 지켜보지도 못해

(밀양=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14살 아들은 끝내 엄마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보지 못했다.



29일 오후 2시 10분께 경남 밀양시 희윤요양병원 장례식장에서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이희정(35·여)씨 발인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 씨는 이번 화재로 숨진 39명 중 나이가 가장 어렸다.

그는 지난해 12월 차에 치여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주변으로부터 물리치료를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해 12월 말 세종병원으로 옮겼다.

그는 화재 당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온 2층에 입원한 상태였다.

이 씨와 띠동갑 남편 사이에는 뇌병변 장애를 앓는 14세 아들이 하나 있다.

일상생활이 힘에 부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아들은 2년 전부터 부산의 한 특수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식당일을 하던 이 씨에게 주말에 한 번 남편·아들과 만나 보내던 시간은 삶의 가장 큰 기쁨이었다.

남편 문모(47)씨는 불교식으로 치러진 발인제가 시작되자 아내의 영정사진 앞에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준비하지 못한 이별을 갑작스레 맞이한 탓인지, 스님이 고인의 극락왕생을 빌 때도 영정사진만 한참 동안 바라봤다.

이날 발인은 이 씨 가족과 친지 5∼6여명만 모인 가운데 조촐하게 치러졌다. 14살 아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거동이 불편해 발인에 함께 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친지들이 아들을 부산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엄마를 떠날 수 없다는 아들 얘기에 친지들은 '그럼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돌아가라'고 타일러야 했다.

빈소를 나선 이 씨 유족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조용히 흐느끼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 씨의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쓰러질 것 같아 화장장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겠다"며 "손주를 남긴 채 먼저 떠나버린 자식을 두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흐느꼈다.

자식 잃은 슬픔에다,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살아갈 손주 걱정까지 더해지자 노모는 말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남편 문 씨의 제부 김모(34)씨는 "가족들이 여태껏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식사도 거의 하지 않았다"며 "(아이한테는) 엄마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큰데 지금 그 부분이 제일 걱정이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이 씨를 비롯해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15명의 장례가 치러졌다. 이들의 빈소는 밀양시, 김해시, 부산시 등지 장례식장 9곳에 분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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