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방어에 분주했던 中인민은행, 이제는 급등 대책 고민
이달 상승폭 1980년來 최대…트럼프 눈치에 개입도 쉽지않아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지난해 위안화 방어에 몰두했던 인민은행이 올해는 위안화 가치의 급상승에 고민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7일 보도했다.
달러화가 예상외로 장기 약세를 지속한 탓에 위안화 가치는 2015년 9월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를 취한 이후 최고치까지 오른 상태다. 이달에만도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는 3%나 올라 1980년 4월 이후 월간 기준으로 최대폭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위안화의 강세는 이달 들어 달러화에 대해 각각 3.5%와 3.8%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유로화와 일본 엔화의 흐름과 거의 같은 보조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위안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자 인민은행은 다시 한 번 정책적 고민에 직면하고 있다. 관련 연구조직과 애널리스트들은 위안화가 계속 오른다면 투기성 자금이 유입되고 수출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샤오 리성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 강세는 인민은행이 원치 않는 것이라고 말하고 인민은행은 위안화가 시장 수급에 따라 오르내리기를 바라지만 기본적으로는 달러화 지수에 인질이 된 상태라고 말했다.
인민은행은 2015년 8월 정부의 시장 개입을 줄이고 환율의 흐름을 시장에 맡긴다는 취지에서 전격적으로 기준환율의 산정 방식을 변경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위안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를 용인하거나 고무하려는 의도로 해석해 위안화 매도세가 강화됐고 결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에 대한 방어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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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은행은 위안화 방어를 위해 자본의 해외 유출을 철저히 통제했고 외환보유고에서 무려 1조 달러를 소진하는 대대적인 시장 개입도 벌였다.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고 중국 경제가 회복된 데 힘입어 위안화 방어 전략은 주효했다.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6.7%가 상승해 2015년의 하락분을 만회했다.
인민은행의 난처했던 처지는 환율 자유화로 가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었다. 위안화는 지금도 인민은행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 데다 경제적 펀더멘털이 아니라 대체로 달러화의 움직임에 의해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민은행은 매일 위안화 환율을 고시한다. 이를 통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위안화 가치를 올리고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위안화 가치를 내리는 식이다.
이런 기준환율 산정방식은 예측이 가능한 만큼 위안화에 대한 한 방향의 베팅을 부추길 수 있다. 달러화를 끌어모으고 있던 중국 수출업체들이 지난 연말부터 대거 달러화의 환전에 나선 것이 그 실례다.
인민은행은 지난 연말부터 위안화 방어에서 위안화 상승에 제동을 거는 일련의 조치들을 취했다. 이달 들어서는 기준환율 산정방식에서 위안화 약세에 대한 기대감을 억제할 목적으로 2017년 5월에 도입했던 '경기대응적 요인'도 제외했다.
만일 위안화가 더욱 상승한다면 인민은행은 이를 억제하기 위해 '경기대응적 요인'을 재도입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환율의 흐름을 시장에 맡긴다는 목표를 역행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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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퍼시픽 투자운용의 롤랜드 미엣 신흥시장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달 들어서 위안화의 거래 물량이 줄어들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상승을 저지하고자 시장에 개입하지는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인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최근 중국 국내의 하루 평균 외환 거래액은 지난해 전체는 물론 지난해 1월의 평균을 밑돌고 있다. 인민은행이 시중 은행들에 위안화 매수, 매도를 지시하는 만큼 시장 개입이 있었다면 외환 거래액은 확대될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과의 무역 마찰도 위안화 관리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거 당시 중국을 환율조작국을 지정할 것이라고 공약했으나 중국이 지난해 위안화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분주한 노력을 기울이자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지난 2016년 중국의 전격적인 위안화 평가 절하는 이듬해에 중국의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데 기여했다. 중국측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사상 최대인 2천758억 달러로 확대된 상태다.
현재 중국 수출업체들과 정부 일각에서는 위안화 강세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위안화의 대폭 하락을 유도한다면 중국 상품에 대한 보복 조치를 노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강화시킬 것이다.
많은 투자자는 주요 통화들에 대한 달러화의 전반적 하락 흐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판단해 위안화 가치가 향후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투자자들은 위안화 강세에 베팅하는 포지션을 짧게 가져가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위안화가 어지간히 오른 만큼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이익을 실현하면서 비중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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