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미용특성화교육 서울 연희미용고 폐교 위기

입력 2018-01-29 15:44
국내 최초 미용특성화교육 서울 연희미용고 폐교 위기

설립자 사후 자금난으로 법인전환 못해…모집중단·교사 해고

재학생 410명 집단반발…교육청 "학습권 침해 없도록 할 것"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연희미용고가 신입생을 받지 않은 데 이어 교사를 해고하자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9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연희미용고는 작년 11월 올해 신입생 모집을 하지 않기로 한 데 이어 이달 26일 1학년 교사 5명을 해고했다. 해고된 교사 중에는 이 학교에 한 명뿐인 수학교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해고 소식을 들은 학생들은 이날 학교 지하강당 등에 모여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학교 측과 학부모들이 대화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코너에도 연희미용고 폐교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

이 청원에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7천200여명이 지지를 보냈다.

연희미용고는 일반적 형태의 고등학교가 아닌 3년제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로 국내 최초로 미용특성화교육을 시행한 곳이기도 하다.

재학생은 새 학기 2학년과 3학년이 되는 410명이다.

폐교논란이 불거진 것은 설립자인 박모 교장이 작년 7월 사망하면서부터다.

현행 평생교육법은 재단법인이나 학교법인만이 평생교육시설을 설립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런 규정이 생기기 전 설립된 연희미용고는 '개인소유'였는데 박 교장이 사망하면서 운영자를 법인으로 전환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학교를 실질적으로 운영 중인 박 교장 자녀들은 자금이 없어 법인전환이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단법인 형태의 비영리(공익)법인을 세우려면 최소 5억원을 출연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연희미용고는 학교시설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학교 측은 작년 11월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에서 "법인전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면 2020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학교가) 운영될 예정"이라면서도 "법인설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과 규정에 따라 신입생을 받지 못하고 있을 뿐 지금 학교가 문 닫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박모 교장이 학교시설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이자를 교비로 갚아 재정이 악화했다고 주장한다. 또 수학여행·급식·실습비 등의 회계처리도 부적정했고 급식 등도 부실했다고 호소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학교에 직원들을 보내 상황을 파악 중"이라면서 "학생들이 학습권을 침해받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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