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의 '빈 자리'

입력 2018-01-29 17:43
[기자수첩]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의 '빈 자리'

정부출연연구기관 발전방안 발표도중 질문 안받고 자리 떠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이하 연구회)는 2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출연연의 연구 자율성을 보장하고 젊은 연구자를 육성하겠다는 것이 이번 발전방안의 주된 내용이었다. 아울러 안전, 환경 등 생활 이슈를 탐지하고 분석하는 '국민 체감형' 연구를 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발전방안은 출연연 연구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수립된 데다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출연연 정책이라는 점에서, 현장 연구자들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날 발표를 맡은 원광연 이사장이 브리핑 초반 자리를 떠, 현장의 궁금증을 충분히 해소해 주지 못했다.

원 이사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질문이 있으면 답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이 말을 뒤집고 정작 '질의응답' 시간에는 정작 자리를 비웠다.

통상 브리핑에서는 방안 수립에 대한 권한을 가진 책임자가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답한다. 구체적인 답변이 더 필요할 경우 실무자가 부연한다.

이에 이 자리에선 "브리핑 안 끝났는데, 이사장님 어디 가셨나"라는 질문이 나왔고, 일부에선 "연구회 이사장이 정작 출연연 발전방안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연구회 이사장은 25개 과학기술분야 출연연의 지원육성·기능조정 및 정비, 연구성과 제고, 임원 임면, 경영 실적 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이날 발표된 출연연 발전방안에는 현안인 '비정규직 연구자의 정규직 전환'은 빠져, 이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구체적인 비정규직 전환 계획과 전환에 드는 비용,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닌 '연수직'에 대한 정의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지만, 실무자만이 남아 "앞으로 구체적인 안을 잡겠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는 데 그쳤다.

출연연의 고질적인 문제인 연구과제중심제도(PBS) 개편 방향에 대해서도 실무자들은 답하지 못했다.

브리핑 중 이사장 이석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애초) 질의응답은 실무자가 받기로 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연구회 관계자는 "브리핑 계획은 과기정통부에서 잡았다"며 "이사장께서는 (브리핑실)밖에 계셨다"고 말했다.

원 이사장은 작년 10월 23일 취임했다. 출입 기자단과 공식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 이사장은 1991년부터 작년 2월까지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05년에는 카이스트 내 문화기술대학원을 설립해, 초대 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원 이사장의 이날 '이상한 일정'은 과학기술계의 어른으로서 후배들의 연구환경을 바꾸는 일에 과연 열정을 쏟고 있는 건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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