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 노모 "내가 아들 잘 낳았지…공부도 축구도 잘했어"(종합)

입력 2018-01-29 14:31
수정 2018-01-29 14:37
박항서 감독 노모 "내가 아들 잘 낳았지…공부도 축구도 잘했어"(종합)

산청 요양원 통근 "베트남에 가고 싶다"…산청군수 "설에 오면 환영행사 열겠다"

(산청=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내가 아들은 잘 낳아났지요. 아들 보러 베트남 가고 싶네요."



박항서(59)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겸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의 어머니 박순정(96) 씨는 29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의 한 요양원에서 '베트남 영웅'으로 우뚝 선 아들을 치하하는 주변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박 씨는 수년 전부터 다리가 불편한 데다 치매 증상을 보여 요양원을 통근하면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치료와 휴식을 병행해 오고 있다.

박 씨는 4남 1녀 중 셋째인 삼서(66) 씨와 함께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에서 살고 있다.

박 감독은 막내다.



그는 "요양원에 있는 할아버지·할머니들의 축하 말이 이어지자 "내가 아들은 잘 낳았네, 우리 아들이 공부도 축구도 잘했어"라며 아들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어 "아들을 어릴 때 많이 돌봐주지 못했다"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박 씨는 "아들 생각이 나고 보고 싶어 베트남에 가고 싶다"라고 막내를 그리는 마음을 드러냈다.

마침 이날 요양원을 방문한 허기도 산청군수가 축하하며 꽃다발을 건네자 "뭘 이런 걸…, 고맙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삼서 씨는 "어머니가 동생(박 감독) 이야기만 나와도 눈물을 흘려 얘기하는 걸 꺼린다"라며 "동생이 베트남 축구의 기적을 일으킨 얘기도 최근에야 했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동생이 중국에서 열린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졌지만 '베트남의 영웅'이 됐다는 사연을 설명하자 어머니가 박수를 치며 좋아하셨다"라고 전했다.

이어 "동생과는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데 어제 '침착하세요. 조용하게 지내세요'란 답이 온 이후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동생이 설 명절에 고향 집에 올 것 같다"고 예상했다.

허 군수는 "박 감독은 우리 산청의 자랑"이라며 "그가 고향을 방문하는 때를 맞춰 생초면사무소 주관으로 고향 집에서 환영행사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대표팀은 지난 27일 중국 창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대회'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연장 접전 끝에 1-2로 분패했다.

베트남이 우즈베키스탄과의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아쉽게 패했지만, 시민들은 베트남이 동남아 축구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둔 데 대해 환호했다.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은 대표팀에 1급 노동훈장을, 박 감독과 미드필더 응우옌 꽝 하이, 골키퍼 부이 띠엔 중에게는 3급 노동훈장을 각각 주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베트남 대표팀 감독 취임 당시 "베트남 대표팀을 동남아 정상, 아시아 정상으로 만들겠다"던 박 감독은 3개월 후 당시의 공언이 결코 허황된 목표가 아니었음을 몸소 증명한 것이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우리나라를 상대로 만만치 않은 경기력을 보여준 데 이어 강호 호주를 꺾고 처음으로 8강에 진출했다.

이어 이라크에 승부차기 끝에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동남아 국가 최초로 4강에 진출했다.

앞서 지난 23일 중국 올리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카타르와 대회 준결승에서 전·후반을 2-2로 비긴 후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승리했다.

박 감독은 부임 베트남 축구역사를 새로 쓰면서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shch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