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논란 때문?…마식령훈련·금강산행사 일정발표 지연
남북간 일정 사실상 합의에도 발표 미뤄져…통일부 "최종 조율중…차질없도록 만전"
마식령훈련 전세기 이용·금강산 경유반입 등 둘러싼 '제재 논란' 영향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백나리 기자 = 남북이 이번 주 진행할 것으로 알려진 북한 마식령스키장 공동 스키훈련의 구체적 일정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통일부는 당초 29일 오전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일정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지만,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과 관련, "남북 합동훈련 계획에 대해 현재 최종적으로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이미 공동훈련 일정에 대해선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간에 일정에 이견이 있어 발표가 늦어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통일부 주변에서는 이르면 31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훈련이 진행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 일정이 맞는다면 출발이 불과 이틀 뒤다.
금강산 남북합동문화행사도 마찬가지다. 이 행사는 남북이 내달 4일 개최하기로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행사에는 남측 관람객 300명 안팎이 참석할 예정으로, 이들에 대한 선정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선 시간이 촉박하지만 일정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금강산 합동문화행사 준비를 위해 먼저 방북하려던 인력들도 방북 일정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약 30여 명으로 이뤄진 준비인력은 당초 28일에 방북하려고 준비했지만, 하루씩 일정이 늦춰져 현재는 30일 방북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발표가 늦어지는 데 대해 일각에선 최근 두 행사를 둘러싸고 제재와 관련된 논란이 불거지는 것과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과 관련, 우리 방북단은 전세기편으로 양양공항을 출발, 원산 갈마비행장으로 간 뒤 육로로 마식령스키장으로 이동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미국이 지난해 9월 북한에 다녀온 선박과 비행기는 180일간 미국 내 입항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대북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방북에 비행기를 빌려준 항공사는 미국에서 영업하는 데 지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전세기를 제공할 항공사를 섭외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에선 우리 정부가 미국 측과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한 행사인 만큼 제재에서 예외로 해달라'는 취지의 협조 요청을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다.
항공편 이용 시 북측에 영공 통과료나 공항 이용료 등을 낸다면 대량 현금(Bulk Cash) 제공을 금지한 대북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백태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측이 공항 이용 등 제반 편의를 제공한다"면서 "비행장 이용료와 영공 통과료는 따로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강산 공동문화행사도 제재 논란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공연을 위한 전력 및 난방을 위해 남측에서 경유를 가져가야 할 상황인데, 대북제재로 반출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채택된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정유제품의 대북 공급량이 연간 50만 배럴로 정해진 데다, 미국은 아예 정유제품의 반출을 금지했다.
이와 관련, 백태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북제재와 관련해서 논란이 야기되지 않도록 미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백 대변인은 이어 "금주로 예정된 여러 가지 일정들이 시간이 없다"면서 "그런 행사들이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잘 협조해서 만전을 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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