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 국왕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 수도로" 촉구
미 동맹임에도 이견…팔레스타인과도 미 역할 두고 견해차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이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 수도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AP통신이 요르단 매체를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요르단 일간 알가드에 따르면 압둘라 2세 국왕은 전날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의 회동 초반에 이러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요르단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요르단 국왕이 자신에게 "우리는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인들의 수도로 하는 '2국가 해법'을 믿는다고 말했다"고 알가드지에 밝혔다.
'2국가 해법' 구상은 1993년 오슬로평화협정 이후 중동 평화 과정의 중심 의제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2개 국가의 평화 공존을 인정하는 게 주요 골자이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또 독일의 이-팔 분쟁 입장에 대해선 "(예루살렘) 성지의 지위를 유지하며 '2국가 해법' 틀에서 예루살렘의 최종적 지위를 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일방적으로 인정하는 게 중동 평화의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에 이의를 제기할 매우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을 이전하겠다는 이른바 '예루살렘 선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압둘라 2세 국왕은 그간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건설을 지지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난주 요르단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회동에서도 동예루살렘이 장차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도가 돼야 한다는 견해를 강조하면서 2국가 해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그는 펜스 부통령에게 강력한 수준의 불만을 제기하기보다는 쓴소리 수준의 목소리를 내는 등 비교적 온건한 비판적 태도를 내비쳤다. 이는 미국의 원조를 받는 처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압둘라 2세 국왕은 당시 미국은 없어서는 안 될 중재자로 남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재자격 상실을 주장하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입장과도 뚜렷한 거리를 두는 태도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반복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은 국경이나 성지의 주권에 관한 협상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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