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정책 둘러싸고 패싸움하는 '유럽의 기둥' 독일

입력 2018-01-29 10:29
수정 2018-01-29 11:44
난민정책 둘러싸고 패싸움하는 '유럽의 기둥' 독일



난민에 15세 소녀 살해된 마을 두 패로 분열

사민당-기민·기사당 연정 협상서도 난민문제 걸림돌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최근 15세 소녀가 난민에 의해 살해된 프랑스 접경지역 인근 독일 마을 칸델에서 28일(현지시간) 난민 정책에 반대하는 주민과 찬성하는 주민 등 1천여명이 뒤섞여 시위를 벌였다.

이날 dpa통신에 따르면 미아 V라는 15세 소녀가 지난달 27일 약국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신청자로 알려진 전 남자친구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을 찔려 숨졌다.

미아는 앞서 전 남자친구가 자신을 모욕하고 위협하고 괴롭혔다며 경찰에 신고한 바 있다.

주민 9천여명 규모의 부촌인 칸델에서는 2015년 난민 수십만명의 입국을 허용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대한 불만이 커지던 터였다.

주민들은 광장에 모여 "열린 국경은 미친 짓이다. 누가 우리나라를 보호하고 있나?", "여성과 우리나라를 지키자"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난민 정책에 반대했고 한편에서는 "인종차별에 맞서자"는 구호를 외치며 난민의 입장을 대변했다.

용의자는 자신이 미아와 동갑이라고 주장하지만 미성년인 경우 난민 지위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는 이유로 성인도 미성년이라고 주장하는 사례가 있어 독일에서는 난민에 대한 엑스레이 신체검사를 의무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난민 문제는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당(CDU·CSU) 연합과 사회민주당(SPD)의 연정 협상에서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회민주당은 독일 내 난민 전원이 본국에 두고 온 가족을 독일로 데려올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입장이지만 기독민주·기독사회당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팽팽해 지난 26일 시작된 대연정 본협상은 여전히 교착상태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사회민주당은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에 온정을 보이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회민주당 소속 라르스 카스텔루크치 의원은 "당명에 '기독'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당과 이 문제에 대한 인도적인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미치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의 슈테판 마이어 의원은 "우리는 이민을 통제하고 제한하겠다고 유권자들에게 약속했으며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게 된 것은 기독민주당 정부가 2015∼2016년 개정한 이민법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제한적인 난민 지위가 인정되는 '부수적 보호' 대상자 가족의 입국을 오는 3월까지 제한한다.

독일 정부가 이민법을 개정한 것은 메르켈 총리가 대규모 난민 유입을 허용한 데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지난 총선에서 보수층 유권자 수만명이 극우 성향의 포퓰리스트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으로 갈아탔기 때문이다.

사회민주당은 이 법의 효력이 3월 이후 소멸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마이어 의원은 "'부수적 보호' 대상자인 27만8천명이 3월 16일 이후 법적으로 가족을 독일로 데려올 수 있게 되면 잠재적으로 25만명에서 30만명가량이 유입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측간 1차 예비협상에서는 강경파가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독일로 유입되는 난민을 연간 18만∼22만명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했고 난민의 가족은 매달 1천여명까지 입국을 허용토록 했다.

그러나 사회민주당은 더 많은 난민 가족이 독일로 이주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회민주당의 카스텔루크치 의원은 매달 입국이 허용되는 난민 가족의 수를 현행 1천명에서 2천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그렇게 되더라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이 가족과 재회하기 위해 최고 5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YNAPHOTO path='PEP20180129005001003_P2.jpg' id='PEP20180129005001003' title='독일 칸델 집회' caption='[EPA=연합뉴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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