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할랄 인터넷' 도입…반정부 여론 통제·감시책
"이란 정부의 사이버공간 감시·관리 가능"
"인터넷 사용 독려했다 이란혁명 40주년 앞두고 통제강화 '모순'"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이란이 반정부 여론 통제와 사이버공간에서 벌어지는 정보전에 대응하기 위해 '할랄 인터넷'을 도입한다고 AP통신이 2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사이버공간 통제 해법으로 이란 현지에서 완전히 통제를 받는 인터넷 버전으로 소위 '할랄 넷'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신이 허용한 것'이란 뜻을 지닌 '할랄' 네트워크 도입 구상은 이란에서 2009년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나서 2년 뒤인 2011년 처음 나왔다.
이런 구상은 결국 지금의 '국가정보네트워크'(NIN)로 진화해 나타났다.
NIN은 중립 성향의 인터넷 이용자들에게는 '악몽'에 가깝다.
'이란 인권 캠페인'이 펴낸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이 네트워크는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들보다 접속 속도가 훨씬 빠른 전국 단위의 500개 웹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이 사이트들은 이란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반대로 해외 사이트들은 접속 속도가 떨어진다.
또한 NIN 서비스 제공자들은 자신의 웹사이트에 접속한 고객들에게만 저렴한 가격의 패키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검색 결과를 정부가 감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점도 특징이다.
게다가 이 네트워크의 중요 설계자 중 하나는 막강한 권력을 지닌 이란혁명수비대 대리인이 소유한 이란통신사이다.
이란의 이러한 인터넷 정책은 사실 모순적이라고 AP통신은 지적했다.
최근 반정부 시위의 불길을 도시마다 빠르게 퍼뜨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산소'를 제공한 게 신정일치 체제의 이란 정부였기 때문이다.
이란 정부는 지난 4년간 광범위한 인터넷 사용을 독려했고 서비스 이용자들에게는 3G와 4G 네트워크를 제공했다.
이는 이란에서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왔다.
이란의 스마트폰 이용자는 2014년 약 200만 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4천800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즉, 이란 전체 인구 가운데 절반가량이 국가 감시로부터 자유롭게 전 세계에 사진과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도구를 손에 쥔 셈이다.
2014년 취임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온건 성향의 지도자로, 스마트폰의 보급 확산을 허용했다. 이 조치는 로하니 대통령이 경제를 재건하기 위한 시도로서 상업용 도구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란은 최근 인터넷 사용을 중심으로 정보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이어진 반정부 시위의 확산을 막기 위해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텔레그램의 접속을 일시적으로 차단하기도 했다.
이번 시도는 1979년 발발한 이란의 이슬람 혁명 40주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현대 삶에 필수적인 도구의 이점을 살리는 동시에 이란인들이 접속할 수 있는 정보를 엄격히 통제하려는 작업의 하나로 분석된다.
이란은 2009년에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후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연계 매체의 접속을 막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다수의 이란인은 가상 전용 네트워크나 VPN(가상사설망)을 통해 우회하는 방식으로 접속 차단을 교묘히 피했다.
이란을 연구해온 채텀하우스 연구원은 "이란공화국은 검지도 하얗지도 않다"며 "그 나라는 수많은 모순을 보였고 내가 보기에 인터넷 정책은 엄청난 모순의 사례 중 하나"라고 통신에 말했다.
이란의 이 네트워크는 중국이 수천개의 외국사이트 접속차단을 위해 만든 '만리장성 방화벽'(Great Firewall)과 흡사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중국 인터넷 이용자들은 해외 사이트를 접속할 때 인터넷 속도가 더 느려지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앞서 이란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전국적으로 벌어진 반정부, 반기득권 시위로 25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체포됐다.
반정부 시위는 초기에 실업, 물가 폭등과 같은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를 규탄하며 시작됐으나 점차 격화되면서 최고지도자와 기득권을 쥔 종교세력, 신정일치 체제를 반대하는 주장이 혼재됐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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