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보수당에서 메이 상대 총리 경선 움직임 '모락모락'
"30명이 경선 요구 서한 보냈다"…최소 요건은 48명
하드 브렉시트파, '이름만 브렉시트' 반발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영국 집권 보수당에서 하드 브렉시트파를 중심으로 메이 총리 낙마를 목표로 하는 당대표 경선을 요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의장을 지낸 그랜트 샙스 의원은 28일(현지시간) ITV 인터뷰에서 "점점 더 많은 의원이 보수당 당대표 경선을 관할하는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에게 당대표 경선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레이엄 의장은 최소 48명에게서 경선 요구 서한을 접수하면 당규에 따라 당대표 경선을 열어야 한다. 경선에서 승리하는 당대표는 총리직을 자동으로 승계한다.
그레이엄 의장이 지금까지 몇 명에게서 경선 요구 서한을 받았는지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샙스 의원은 30명이 이런 요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샙스 의원은 내각의 혼란과 포스트-브렉시트 비전 부재 등을 지목하면서 "총리가 물러날 날짜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테리사 빌리어스 보수당 의원도 보수 일간 '선데이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가 "사실상 EU에 잔류하는 '브렉시트 물타기'를 이끄는 것을 우려한다"고 비난했다.
앞서 차기 당대표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는 제이콥 리스-모그 의원도 "이름뿐인 브렉시트'에 동의한다면 보수당은 차기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며 메이 총리의 '소프트 브렉시트' 목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은 지난 24일 하원 EU위원회에 출석, 2019년 3월 유럽연합(EU)에서 공식 탈퇴하지만, 브렉시트에 따른 변화는 약 2년으로 예상되는 '전환 기간'이 끝나는 2021년부터 시작될 것임을 공식 확인했다.
데이비스 장관은 전환 기간에 "아주 대단한 정도로 EU 규정들을 준수할 것이다",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 관할을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다", "EU 예산에 돈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등의 발언을 내놨다.
이에 하드 브렉시트파 의원들은 사실상 2020년까지 EU에 잔류하는 것이라고 혹평했다.
여기에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은 지난 25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재계 인사가 참석한 모임에서 향후 영-EU 무역관계와 관련해 "아주 약간 떨어진 관계를 희망한다"고 말해 하드 브렉시트파를 자극했다.
한편 브렉시트 협상 결과를 놓고 국민투표를 벌여야 한다는 여론도 높았다.
진보 일간 가디언이 여론조사업체 ICM과 함께 이달 중순 5천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47%가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투표 실시에 반대한 응답 비율은 34%였다.
국민투표가 치러진다면 어느 쪽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51%는 'EU 잔류'를, 49%는 'EU 탈퇴'를 각각 꼽았다.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치른 지 1년 반이 흘렀지만, 브렉시트 찬반은 여전히 팽팽한 모습이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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