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정부 돕던 분리주의 세력, 임시정부 청사 기습 점거

입력 2018-01-28 20:35
예멘 정부 돕던 분리주의 세력, 임시정부 청사 기습 점거

예멘 정부 '당혹'…"쿠데타 시도, 사우디 개입해야"

사우디에만 의존하는 무능한 예멘 정부에 내분 조짐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예멘 남부 아덴을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했던 분리주의파가 28일(현지시간) 예멘 정부의 임시정부 청사를 무력으로 기습 점거했다.

분리주의파는 예멘 정부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여 수십명의 사상자가 났다.

친정부 성향이었던 남부 분리주의파가 예멘 정부를 공격한 배경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분리주의파는 예멘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에만 의존하면서 장기화하는 내전을 해결하지 못하고 부패했다는 이유로 이날까지 예멘 내각에 총사퇴하라고 요구하는 등 최근 내분 조짐을 보였다.

이날 아덴에서는 분리주의파를 지지하는 집회도 열렸다.

이들 분리주의파는 아랍에미리트(UAE)의 군사 지원을 받아 반군 후티와 전투를 벌였다.

예멘 반군 후티의 세력 확장으로 2015년 3월 본격화한 예멘 내전 국면에서 남부 분리주의 세력은 예멘 정부의 편에 섰다.

친정부 분리주의 세력이 예멘 정부 청사를 점거하자 예멘 정부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흐메드 빈다게르 예멘 총리는 "아덴의 임시 정부를 전복하려고 분리주의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켰다"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아랍 동맹군이 즉각 개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전면적인 군사적 충돌로 번지는 현 상황은 반군과 이란에 선물을 안기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군 후티는 2014년 9월 수도 사나를 점령한 뒤 예멘 정부와 정치적 분권 협상이 결렬되자 이듬해 2월 쿠데타로 정부를 전복했다.

예멘 정부 수뇌부는 아덴으로 도주해 이곳을 임시 수도로 삼고 사우디의 지원 속에 반군과 3년 가까이 내전을 벌이고 있다.

예멘 남부 분리주의 세력은 예멘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았지만 이 국면에서 반군에 맞서 예멘 정부를 지원했다.

2015년 3월 반군 후티가 아덴을 공격하자 예멘 정부와 합세해 이를 방어해 냈다.

남부 분리주의 세력이 예멘 정부 편에 선 데엔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이 남부 아브얀 출신인 덕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내전을 남부가 독립하는 기회로 보고 지난해 5월 아이다루스 알주바이디를 중심으로 '남부 과도위원회'(STC)를 구성해 제역할을 못하는 예멘 정부를 대신해 독립 정부 수립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알주바이디는 아덴주 주지사였으나 예멘 정부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해 4월 해임됐다.

이 세력의 뿌리는 1967년 영국 식민지배를 물리치고 남예멘 공산주의 정권을 수립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990년 남북 예멘이 통일되지만 북예멘 중심의 기득권에 반발해 1994년 남북으로 갈라져 내전이 벌어졌으나 결국 남측이 패하고 알리 압둘리 살레의 장기 집권 체제가 된다.

예멘은 남쪽이 지하자원이 풍부한데 남예멘 지역에선 이런 자원을 옛 북예멘 세력이 중심이 된 예멘 정부가 수탈하고 남쪽 출신을 차별한다는 박탈감이 여전하다.

이런 지역적 소외감을 원심력으로 2007년 '남부 운동'이라는 정치 세력을 형성해 자신의 권익과 평등한 권력 분점, 남부의 자치권을 요구했다.

이들은 남부 차별 정책을 폈던 살레 전 예멘 대통령뿐 아니라 반군 후티, 알카에다와 대립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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