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히딩크' 박항서 "아쉬운 1분…그래도 잘 싸웠다"
부임 3개월 만에 베트남 AFC 대회 역대 첫 준우승 지도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선수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길래 '너희는 잘 싸웠다. 당당히 고개를 들어라'고 말해줬습니다."
'베트남의 히딩크'라는 평가에 대해 "아직 그분 따라가려면 멀었어요. 절대 비교하지 마세요"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박항서(59)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겸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은 부임 3개월 만에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박항서 매직'을 앞세워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면서 '베트남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대표팀은 27일 중국 창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연장 접전 끝에 1-2로 분패했다.
폭설이 내려 경기장이 눈밭으로 변한 가운데 눈에 익숙하지 않은 베트남 선수들은 선제골을 내주고도 기어이 동점골을 뽑아내는 무서운 열정으로 우승을 노렸다. 하지만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결승골을 내주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준우승은 베트남 축구 사상 AFC 주관 대회 첫 준우승이자 최고 성적이었다. '베트남 히딩크'라는 별명을 얻을 만한 성적표다.
박항서 감독은 연합뉴스 전화통화에서 "1분을 못 참고 실점해서 아쉽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라며 "행운도 따랐지만 결승까지 오르는 것은 결코 행운만 가지고는 안 되는 일이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 8강전부터 결승까지 3경기 연속 연장전 승부를 펼치는 힘겨운 일정을 소화했다. 3경기 연속 120분 혈투를 펼치면서 체력이 고갈됐고, 익숙하지 않은 폭설까지 내리는 혹독한 결승전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서 원정 응원에 나선 베트남 팬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눈에 익숙하지 않다. 아마도 3~4명 빼고는 눈을 처음 봤을 것"이라며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고개를 푹 숙이고 있길래 '고개를 숙이지 마라. 당당히 고개를 들어라. 다음을 기약하면 된다'고 말해줬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는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중요한 성과"라며 "선제골도 넣어봤고, 역전도 당해봤다. 이제 선수들이 이길 때와 끌려갈 때 어떻게 경기운영을 해야 할지 제대로 알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체력적인 약점은 절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선수들이 강팀들과 붙어보면서 자신감을 얻었다"라며 "아직 부족한 게 많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사령탑을 맡고 치른 AFC 대회에서 준우승의 업적을 달성한 박 감독의 시선은 이제 8월에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향하고 있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베트남 선수들의 면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며 "3월부터 베트남 프로리그가 시작된다. U-23 대표팀에 성인대표 선수가 12명이나 포함돼 있다. 프로리그를 보면서 좋은 선수들을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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