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1990년대 국가기관-마피아 거래 연루자에 중형 구형

입력 2018-01-27 19:11
이탈리아, 1990년대 국가기관-마피아 거래 연루자에 중형 구형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검찰이 1990년대 초반 국가기관과 마피아 간의 거래를 획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상원의원 등 고위 공직자들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시칠리아 섬 팔레르모 검찰은 26일 팔레르모 법정에서 열린 공판에서 8명의 피고에게 5∼16년의 징역 처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팔레르모 법원에서는 1990년대 초반에 국가 공무원 등 고위 관리들이 시칠리아 마피아인 '코사 노스트라'와 접촉해 주요 인사에 대한 폭탄 테러를 중단하면 관대한 처분을 해주겠다고 제안하는 등 부적절한 협상을 진행했다고 보고, 관련자에 대한 재판을 진행해 왔다.

피고인 가운데에는 경찰관 3명과 함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오랜 사업 파트너인 마르첼로 델룰트리 전 상원의원, 니콜라 만치노 전 내무장관 등 고위 인사와 복역 중인 코사 노스트라의 두목인 레오루카 바가델라도 포함돼 있다.



당시 군경찰 특별작전팀을 이끌던 마리오 모리에게는 징역 15년, 별건의 마피아 결탁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델룰트리 전 상원의원에게는 징역 12년이 구형됐다고 뉴스통신 ANSA는 전했다.

2013년 5월 개시된 이번 재판의 피고에는 당초 페르나르도 프로벤차노, 토토 리이나 등 악명 높은 코사 노스트라의 수괴도 포함돼 있었으나, 이들이 각각 2016년과 작년에 병사함에 따라 이들에 대한 공소는 기각됐다.

이탈리아에서는 1986∼1987년 진행된 일명 '맥시 재판'을 계기로 '코사 노스트라'에 대한 대대적으로 단속이 시작됐고, 이에 코사 노스트라가 격렬히 반발하며 주요 인사를 폭탄 테러로 암살하는 등 국가와 마피아 간에 팽팽한 대치 국면이 이어졌다.

1992년에는 마피아와의 전쟁을 주도한 조반니 팔코네 검사, 파올로 보르셀리노 검사가 시칠리아 섬에서 마피아의 차량 폭탄 테러에 잇따라 폭사하는 등 코사 노스트라의 준동이 극에 달했다.

한편, 이번 재판에 대해서는 여론이 다소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엉성한 증거에 기초해 무리한 기소를 했다고 지적하는 반면, 다른 편에서는 마피아 폭탄테러, 정계의 부패 추문, 경기 침체가 맞물린 이탈리아의 격변기에 국가 기관과 범죄 집단의 부적절한 거래에 대한 진실을 드러내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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