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작동원리 모방한 '뉴로모픽 컴퓨팅' 칩 개발
미국 MIT 연구진 성과 '네이처 머티리얼즈'에 발표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사람의 뇌가 연산을 수행하고, 어떤 사실을 기억하는 등 기능을 수행하는 데 쓰는 전력은 20W 정도다.
이런 뇌를 모방해, 저전력으로 방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인 '뉴로모픽 컴퓨팅'(neuromorphic computing) 연구가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최근에는 뉴로모픽 컴퓨터에 쓸 수 있는 칩도 개발됐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과 김지환 교수, 최신현 연구원 공동연구팀은 뉴로모픽 컴퓨팅 칩을 엄지손톱만 한 크기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뉴로모픽 컴퓨팅 칩은 기존 CPU(중앙처리장치) 기반의 계산방법에서 벗어나, 실제 뇌의 작동 원리를 모방해 만든 새로운 계산방법을 쓴다.
뇌는 뉴런(신경세포)들이 서로 연결 강도를 조절하며 전기·화학적 신호를 주고받는 식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뉴런과 뉴런의 연결부위를 '시냅스'라고 한다.
뉴로모픽 소자는 반도체에 시냅스 역할을 하는 필라멘트를 구현한 것이다. 필라멘트의 전도도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다만 지금껏 개발된 뉴로모픽 칩은 필라멘트가 무질서하게 형성돼, 소자의 전도도를 원하는 대로 조절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필라멘트를 가지런히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반도체에 필라멘트가 형성될 수 있는 '통로'를 미리 만들어 둔 것이다.
실제 이 반도체에서는 필라멘트가 통로를 따라 제 자리를 잡았고, 소자의 전도도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
연구진이 사람 손 글씨를 인지하는 알고리즘을 칩으로 실행한 결과 95%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는 이 알고리즘의 한계치인 97%에 가까운 수치다.
김지환 교수는 "기존 디바이스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월등한 특성을 보여, 신경망을 이용한 컴퓨팅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에 한걸음 가까이 갔다고 할 수 있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현재 연구진은 이 소자를 실제 컴퓨팅 칩으로 쓸 수 있도록 관련 공정을 개발 중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즈'(Nature Materials) 22일 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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