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백신 의무화 논란 속 작년 홍역 발생건수 6배 폭증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영유아 백신 접종 의무화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에서 작년에 발생한 홍역 건수가 폭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탈리아 보건부는 작년 홍역 발생 사례가 4천991건으로 나타나 전년의 844건에 비해 약 6배 증가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이 같은 발병 건수는 유럽연합(EU) 내에서 루마니아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것이다.
작년에 홍역으로 사망한 사람도 4명이 나왔다고 보건부는 밝혔다. 사망자 중 1명은 41세 성인, 나머지는 1세, 6세, 9세 어린이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부는 작년에 홍역에 걸린 사람들 가운데 95%는 백신 접종을 아예 하지 않았거나, 권고된 2차례 가운데 1차례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또, 3분의 1에 해당하는 35.8%의 환자에게서는 합병증도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홍역 발병 환자의 연령대는 1세부터 84세까지 다양했다.
이탈리아는 홍역 발생 건수가 급증하자 이런 현상이 최근 몇 년 간 이탈리아에 퍼진 백신 접종 반대 운동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 취학 전 어린이들에 대해 홍역, 뇌수막염 등 10종류의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한편 유치원이나 학교에 등록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작년 5월 도입했다.
이탈리아에서는 특히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홍역과 볼거리, 풍진을 예방을 위한 백신(MMR)과 자폐증이 연관돼 있다는 근거없는 주장이 힘을 얻으며 최근 몇 년 간 백신 접종률이 크게 떨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염병의 유행을 막기 위해서는 각국의 백신 접종률이 95%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으나 이탈리아의 예방접종률은 2013년 88%, 2014년 86%, 2015년 85.3% 등으로 계속 하락하며 권고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부에 기반을 둔 극우정당인 동맹당, 제1야당 오성운동은 여전히 정부의 백신 의무화 조치에 반발하며, 오는 3월4일 시행되는 총선을 앞두고 이 법안을 폐지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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