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방탄소년단 "음악으로 던진 화두, 함께 고민했으면"②

입력 2018-01-28 10:00
수정 2018-01-28 10:07
[단독 인터뷰] 방탄소년단 "음악으로 던진 화두, 함께 고민했으면"②

"새 앨범에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에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싶어"

"K팝은 '토털 아트 패키지'…빠져들 블랙홀 입구 많아"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박수윤 기자 = '방탄소년단 클래스'의 차이를 하나만 꼽으라면 직접 빚은 음악이다. 방탄소년단은 또래들의 결핍과 고민을 밖으로 들춰내고 공감이란 방식으로 위로를 안긴다.

그 말투는 때론 선배처럼 어른스럽고 때론 친구처럼 직설적이다.

내일이 오늘과 다르길 염원하는 청춘에게 자신들도 '별 게 없는 중소 아이돌'로 '방송에 짤리기는 부지기수'였다며 '희망이 있는 곳엔 반드시 절망이 있네'('바다'), '애쓰지 좀 말어 져도 괜찮아'('불타오르네')라고 등을 두드리고, '널 가두는 유리천장 따윈 부숴'('낫 투데이')라며 패기 있게 외치기도 한다.

또 입시 경쟁으로 치닫는 교육 세태부터 팍팍한 생활에 치인 '3포 세대', 청년을 울리는 '열정 페이'와 '수저계급론' 등 아이돌 음악이 거리를 두는 시대 현실도 예리하게 파고든다. '욜로', '탕진잼' 등 사회상을 반영한 가사는 흡수력을 높인다.

'우릴 공부하는 기계로 만든 건 누구?/ 일등이 아니면 낙오로 구분'('N.O'), '난 육포가 좋으니까 6포 세대/ 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쩔어'), '알바 가면 열정페이 (중략) 이건 정상이 아냐/ 아 노력노력 타령 좀 그만둬'('뱁새')….

'차이'를 만들기까지 멤버들은 지난 5년여간 사운드클라우드에 비정규 음원을 꾸준히 공개하면서 창작의 재미를 알아갔고 메시지의 깊이를 더했다. 때론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다.

이를 디딤돌 삼아 학교 3부작, 청춘 시리즈 등 스토리텔링이 탄탄한 연작 앨범을 내며 '화두'를 던졌고, 지난해 발표한 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허'(LOVE YOURSELF 承-Her)에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인터뷰한 방탄소년단은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음악을 통해 화두를 던지고 많은 사람이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리더 RM은 다음 앨범에서 제시할 메시지에 대해 "지금 얘기하고 있는 '러브 유어셀프'에서 나름의 결론을 찾아보고 싶다"며 "이 정서에 충실하면서 자신을 좀 더 사랑하는 방법에 한 발짝 다가가 보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방탄소년단과의 일문일답.





-- 지난 5년간 사운드클라우드에 다량의 비정규 음원을 공개했는데, '꾸준함'이란 점에서 여느 아이돌과 차별화된다.

▲ 꾸준함이 신기하다. 특별한 계기가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고 발표하는 게 재미있어서였다. 그래야 비정규 음원을 이해할 수 있다. 제작자가 상업적으로 접근하면 정말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이걸 왜 내는 거야?'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는데 이유는 단 한 가지, 너무 재미있어서다. 만들고 발표해서 피드백을 얻고, 텍스트로 전하기 어려운 말이나 진심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 우리를 표현을 많이 하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잘 활용한 팀이라고 하는데 비정규 음원 발표가 그중 하나의 방식이다. 10곡씩 오리지널 트랙으로 내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니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이런 과정이 우리 앨범에 도움이 많이 됐다. 예전에 낸 비정규 음원은 생각이 많고 모나있던 시절에 만든 것이어서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지만, 그 덕에 날카로웠던 모서리가 깎인 느낌이다.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 중 하나였고, 음악적으로 더 발전한 것 같다.(슈가)

-- 청춘 연작인 '화양연화' 시리즈 앨범이 나오기 전까지 음악 방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방향성을 잡아갔는지.

▲ 빌보드에 진입하고 멜론 차트 몇 위 하는 것을 떠나 음악적인 시행착오는 항상 있다. 과거의 시행착오가 '대중과 팬에게 어필하며 우리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방법이 뭐냐'에 대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들어줄 사람이 많아졌으니 'DNA'를 이을 다음 타이틀을 갖고 씨름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가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통해 나왔듯이, 다음 타이틀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다. 4년 전 곡인 '데인저'(Danger)가 멜론 54위로 진입해서 하루 안에 '차트 아웃'돼 집을 나가 안 돌아왔는데, 그 시절을 기억하기 때문에 지금 감개무량하고 앞으로도 시행착오는 계속해야 한다.(RM)

▲ 방탄소년단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도 공부를 한다. 하나의 주제가 잡혔을 때 어떻게 내 이야기를 전달하면 좋을지 많이 고민한다.(제이홉)



-- 지금껏 발표한 앨범을 보면 테마는 달랐지만 또래가 공감할 메시지를 전한 일관성이 있다. 일곱 멤버의 각기 다른 생각을 모으는 방식은.

▲ 작업 방식은 한 주제와 한 비트 안에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기준점이 있어야 하니까 프로듀서들이 가장 좋은 것들을 '픽' 해나가며 정리한 끝에 완성된다. 우린 항상 기준이 명확한 것들을 해왔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으니까. '누가 봐도 이건 맞아, 누가 봐도 이건 아닌데' 같은 어느 누구든 생각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 아닐까.(슈가)

-- 가사를 살펴보면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1990년대 서태지와아이들의 향수도 느껴진다.

▲ 그 얘기를 서태지 형님이 하셨다. 우리에게 공연 제의도 해주시고.(슈가, RM) (이들은 지난해 서태지의 데뷔 25주년 기념 리메이크 음원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서태지의 기념 공연도 함께 꾸몄다.)

-- 부를 때마다 흡족하다고 여겨지는 가사가 있나.

▲ 전 '투마로우'(Tomorrow)의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우니까'란 구절을 가장 좋아한다. 쓸 때도 막힘없이 썼고.(슈가)

▲ '바다'의 가사인 '희망이 있는 곳엔 반드시 절망이 있네'로, 뭔가 알 수 없지만 마음에 와 닿았다.(정국) ('바다'는 RM이 1Q84의 '희망이 있는 곳에 시련이 있다'는 문장에 감명받아 만든 노래다.)

▲ 저는 최근에 쓴 가사 중 '베스트 오브 미'(Best Of Me)가 마음에 든다. 팬 아미에게 전하는 말인데 '다정한 파도이고 싶었지만 니가 바다인 건 왜 몰랐을까'란 구절이다. 제 나름대로 팬들에게 다정한 파도처럼 큰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팬들이 저보다 훨씬 크고 저를 만든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는 의미여서 좋다.(RM)

▲ 저는 딱 두 가사가 있다. 하나는 '둘! 셋!'이란 곡의 '화양연화의 그 꽃이 돼줘서'란 가사로 팬들에게 하는 말인데 예쁘다. 그 의미 그대로 항상 노래를 부를 때마다 감정이 실린다. 우리에게 '화양연화'는 의미가 큰 앨범으로 팬들이 아름다운 꽃이 돼줬다. 또 '에필로그:영 포에버'(EPILOGUE:Young Forever)의 '영원히 소년이고 싶어 나'란 부분인데 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생각나는 파트일 것 같다.(제이홉)

▲ '에필로그:영 포에버' 가사 전체다. 우리가 공연하고 지내오면서 한 생각들이 잘 녹여져 있어서 보면서 많이 울었던 곡이다.(지민)

▲ RM 형 가사를 모두 좋아한다. '에필로그:영 포에버'는 가사 전체가 좋은데 한 구절을 꼽으라면 '누군가를 소리지르게 만들 수 있어서', '영원히 소년이고 싶어 나'란 부분이다.(뷔)

▲ '둘! 셋!'의 '괜찮아 하나둘셋 하면 다 잊어'다. 전 회피형 인간이라 나쁜 기억은 다 잊는다. 전 항상 지금 행복하려고 하니 저한테는 그 가사가 굉장히 와 닿는다. 지금 행복하려면 나쁜 기억은 잊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다.(진)



-- 다음 앨범을 준비 중인데, 어떤 메시지로 진화할 생각인가.

▲ 아직은 큰 그림만 있어서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우리끼리 작년 투어 한창 할 때부터 이야기했던 건 행복이었다. 행복이란 과연 무엇이며 행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는 행복하려고 하면 행복해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어떡하든 행복하려고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부하고 연구도 해봐야 하고. 어릴 때부터 행복이 무엇인가,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란 생각을 많이 했다. 누구도 가르쳐준 적은 없는 것 같다. 저희가 화두를 던지면 많은 사람이 얘기를 나눌 것 같다.(슈가)

▲ 저도 작년 초까지 행복이란 키워드에 꽂혀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일본에 가던 중 신문 칼럼을 읽었는데 인간은 절대 원하는 행복을 쟁취할 수 없다고 한다. 유전자에 그렇게 돼 있어서 행복을 영원히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욕망에 의해 산업혁명, 과학의 발전 등 목표를 달성했지만 하나를 달성하면 또 다른 데서 결핍을 느낀다는 내용이다. 저희도 1등 하면 행복할 것 같았는데 다음 목표가 또 생기고. 그 글에 수긍이 됐다. 그래서 행복보다는 지금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러브 유어셀프'에서 나름의 결론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러브 유어셀프'는 나를 사랑하기 위한 과정을 찾아가는 것이다. 제 꿈은 빌보드 1등도 아니고 저를 제대로 사랑해주는 것이다. 제 추함과 초라함을 몇억 번 마주해도 닿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지금 운 좋게 '러브 유어셀프'란 콘셉트를 만났으니 이 정서에 충실하면서 제가 저를 좀 더 사랑할 방법에 한 발짝이라도 다가가 보고 싶다. 그 주제로는 어둠, 고독 등 할 수 있는 말이 많다.(RM)



-- '1Q84'와 '데미안' 등 문학 서적에서 영감을 얻어 가사를 쓰고 '봄날'의 뮤직비디오에 단편집 '바람의 열두 방향'에 수록된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을 인용하기도 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 최근에 책을 많이 읽었다. 얼리 어답터처럼 디지털 기계를 좋아했는데 아날로그로 돌아갔다. 다시 어릴 때처럼 글을 쓰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 수업'을 얼마 전에 읽었다. 그분 책이 몇 권 있다. 지금 읽는 건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그녀에 대하여'다.(슈가)

▲ 저도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이 집에 있길래 읽고 있다.(RM)

▲ 동심으로 돌아가서 옛날에 읽은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의 고전 과학소설 '해저 2만리'와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다시 읽어보려 한다. 요즘 동심이 날 릴렉스 시켜 준다.(제이홉)

▲ 최근에 읽으려고 노력한 책이 필립 체스터필드의 '아들아 시간을 낭비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다.(뷔)

-- K팝의 대표 주자로서 한글 노래인데도 K팝이 사랑받는 고유 가치나 DNA는 뭐라고 생각하나.

▲ K팝은 종합 예술인 '토털 아트 패키지'다. 음악과 뮤직비디오, 멤버별 캐릭터, 유튜브와 SNS에 공개하는 콘텐츠, 패션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많은 장르다. 대중에게 친절하게 다양한 즐길 거리를 준다. 팬들은 가사에 공감하면서 트위터에 올린 일상의 영상과 사진을 보며 우리의 성격을 알아가고 친밀감을 느낀다. K팝은 빠져들 블랙홀의 입구가 많다.(RM)

▲ K팝이란 단어가 생긴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K팝은 이런 것이다'라고 규정지어 말하기엔 아직 우리가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빌보드에 K팝 카테고리가 다시 생겼듯이 뭔가 발걸음이 또 시작된 것 같다. 뭐라 단정 짓기엔 이른 감이 있다.(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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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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