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탕물 튀기고 줄행랑 친 차량…세탁비 누구 책임?
가해 차량 알면 배상 요구…운전자 최대 20만원 과태료
차량 확인 못 해도 지자체에 신고하면 배상받을 수 있어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차량이 지나가며 도로 위에 고여 있던 눈 녹은 시커먼 흙탕물을 옷에 튀기면 기분이 상하는 것은 물론 세탁비까지 들여야 한다.
차량 번호를 확인하려 해도 가해 차량은 쏜살같이 시야에서 벗어나 배상을 요구할 수도 없다.
몰상식한 운전자 탓에 도로 위의 고인 빗물이나 눈 녹은 흙탕물이 옷에 튀는 것은 보행자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일상에서 다반사로 벌어지는 일이다.
하소연 할 곳도 없다고 지레 포기하곤 하는데 손해배상을 받을 길은 열려 있다.
차량 번호를 기억한다면 경찰에 신고, 해당 운전자에게 옷값이나 세탁비를 받아내는 게 가능하다.
흙탕물이 튄 장소와 시간, 가해 차량의 운행 방향 등을 경찰에 진술하면 CC(폐쇄회로)TV나 블랙박스 등 증거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가해 운전자는 피해자에게 옷값이나 세탁비를 물어주고, 과태료까지 내야 한다.
도로교통법상 물이 고인 곳을 운행할 때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서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하면 2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운전자가 흙탕물 피해를 본 보행자에게 옷값이나 세탁비를 물어줘야 하는 근거가 되는 법 조항이기도 하다.
이런 법규를 제대로 알지 못해 흙탕물이 고인 도로를 서행하는 차량이 많지 않다. 피해를 봐도 가해 차량을 경찰에 신고하는 보행자도 거의 없다.
지방자치단체에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방법도 있다.
일선 시·군 도로시설 담당 부서는 자신들이 관리하는 도로에서 발생한 피해 내용을 접수하고 있다. 옷에 흙탕물이 튀는 사소한 피해도 사실 관계를 확인, 도로상 문제로 드러나면 배상한다.
보행자는 해당 부서에 전화해 피해 내용을 신고하면 된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지자체는 지방재정공제회에 가입하고 있다.
이 공제회는 지자체가 소유·사용·관리하는 시설의 관리 하자로 인한 손해배상을 전담한다.
지자체 보험사고 신고서가 접수되면 공제회 직원이 현장에 나가 피해 내용을 확인한 후 보상금 지급 절차를 밟게 된다.
보상이 이뤄지려면 도로에 하자가 있어야 하는데, 표면이 움푹하게 들어간 부분에 흙탕물이 고여 있었다면 지자체는 보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보행자가 피해 발생 당시 CCTV나 블랙박스 영상자료를 확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 발생 장소와 시간을 기억하고 흙탕물이 튄 옷의 사진을 증거로 제출하면 된다. 물론 목격자가 있으면 더욱 좋다.
지방재정공제회 관계자는 "도로 가까운 쪽으로 걸은 보행자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어 피해액을 전액 보상받기는 어렵지만 배상의 길은 열려 있다"며 "절차도 복잡하지 않으니 적극 활용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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