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갱생 기획자 송은이', 여성 예능인 바람 지필까
팟캐스트·유튜브채널 활용해 스스로 기회 만들며 인기
후배 소원 들어주려 만든 '셀럽파이브' 히트…"조력자 역할 즐겨"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예능계에서 송은이(45)가 '키맨'으로 떠올랐다. '기획자 송은이'의 숨은 파워와 재기가 주목받고 있다.
발화가 된 지점은 '김생민의 영수증'이었고 기름을 끼얹은 것은 최근 선보인 프로젝트 그룹 '셀럽파이브'다. 서서히, 꾸준히 예열되던 송은이의 기획력이 마침내 끓는점을 넘어서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연예계는 '기획자 송은이'가 사그라들었던 여성 예능인 바람도 다시 지필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한다. 그에게 쏠린 관심이 더 큰 그림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자력갱생 송은이, 기획자로 성공하다
1993년 KBS 특채 개그맨으로 뽑혀 연예계에 데뷔한 송은이는 20년간 스케줄 바쁜 여성 예능인이었다. 하지만 2012년 '무한걸스'를 끝으로 예능인으로서 그가 설 무대는 방송에서 자취를 감춰나갔다. 이후에도 이런저런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예능인으로서의 끼를 보여줄 여지는 없었다.
그렇게 잊혀지는가 했지만 송은이는 스스로 판을 벌렸다. 선택되지 못한다고 포기하지 않고 팟캐스트와 유튜브채널을 통해 자력갱생 판을 벌렸다. 2015년 4월 김숙과 함께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을 시작했고, 2016년 2월에는 유튜브에 '비보TV' 채널을 만들었다.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은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이 뽑은 '2017년 가장 인기가 좋았던 팟캐스트'에서 3위를 차지했다. 2위는 '김생민의 영수증'이다.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의 한 코너이니, 지난해 팟캐스트를 휩쓴 2, 3위 프로그램이 모두 송은이의 손에서 나온 셈이다. 게다가 '김생민의 영수증'은 팟캐스트 인기를 바탕으로 KBS 2TV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지상파에 입성해서도 인기를 끌면서 김생민을 데뷔 25년 만에 스타로 만들었다.
송은이가 세운 콘텐츠 제작회사 '컨텐츠랩 비보'에는 현재 정직원이 10명이다.
송은이의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27일 "송은이가 콘텐츠 제작을 통해 얼마나 수익을 내는지는 공개할 수 없지만, 직원 10명이 있는 회사를 운영할 정도로 수입이 안정적이다"고 밝혔다.
팟캐스트에서는 청취자와 인생살이 고민을 재치있게 나누고, 유튜브를 통해서는 다양한 영상을 제작해 예능인으로서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송은이는 이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알아서' 찾아오는 광고로 수입을 낸다. 명실상부 기획자로 성공했다.
◇ '셀럽파이브' 바람몰이 어디까지?
그런 상황에서 지난 9일 '비보TV'에 등장한 '셀럽파이브'가 화제를 모으면서 기획자 송은이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후배 김신영의 "뮤직비디오 한편 찍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출발해 송은이의 기획력과 추진력으로 일사천리 진행된 프로젝트그룹 '셀럽파이브'는 송은이, 신봉선, 김신영, 김영희, 안영미로 구성됐다. 여성 개그맨 5인방이다.
이들이 일본 고교댄스팀 TDC의 코믹한 군무를 패러디한 뮤직비디오가 150만 뷰를 넘어서고, 지난 17일에는 MBC뮤직과 MBC에브리원 '쇼챔피언'에 셀럽파이브가 출연하면서 화제성이 증폭됐다. 1980년대 복고풍, 촌스러운 화장으로 무장하고 나와 댄스에 집중하며 철저한 립싱크로 일관하는 셀럽파이브의 모습은 폭소를 유발한다.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해 일회성으로 기획됐던 셀럽파이브가 터지면서 여기저기 방송 출연 요청이 이어지는 상황. 그러나 다섯 개그우먼의 소속사가 다 다르고 스케줄이 다 달라서 출연 요청에 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FNC는 "방송 출연 요청이 쏟아지는데 스케줄이 다 달라서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나마 음악 프로그램만 몇군데 사전녹화를 통해 출연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예계에서는 셀럽파이브를 통해 여성 예능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길 기대한다.
FNC는 "한동안 여성 예능인을 안 쓰는 분위기였는데 요즘 다시 여성 예능인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여세를 몰아 여성 예능인을 내세운 프로그램이나 콘텐츠가 다시 유행을 타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셀럽파이브에 앞서 송은이는 자신이 제작한 프로그램에 대부분 여성 연예인들을 출연시켰다. 그중 거의 유일한 남성인 김생민이 제일 먼저 대박을 쳤지만, 사실은 여성 연예인들에게 판을 깔아주고자 하는 게 송은이의 목표였다.
◇ "송은이, 조력자 역할 즐겨…제작에 가장 주력"
송은이가 부상하면서 광고계도 주목한다.
FNC는 "웬만한 업종에서 다 광고모델 문의가 들어왔다"며 "현재 진행 중인 게 몇건 있고, 조만간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방송은 SBS라디오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라디오'와 KBS 2TV '김생민의 영수증'만 하고 있던 송은이는 최근 MBC TV '하하랜드'의 MC로 발탁됐고, 다음달에는 TV조선 새 예능에도 출연한다. 다시 '예능인 송은이'에 대한 방송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들뜰 법도 하지만 송은이는 여전히 제작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FNC는 "송은이 자신이 조력자 역할을 즐긴다. 기획자로서 후배들을 키우고 그들에게 판을 깔아주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며 "여기저기서 송은이를 찾고 있지만, 여전히 제작에 가장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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