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 "정현, 톱10 할 수 있는 정신력과 실력 갖췄다"(종합)

입력 2018-01-26 20:19
수정 2018-01-26 20:20
페더러 "정현, 톱10 할 수 있는 정신력과 실력 갖췄다"(종합)

"2세트부터 느려져 뭔가 문제 있다고 생각…얼마나 아픈지 안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정현(58위·한국체대)에 기권승을 거둔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가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향후 테니스계를 이끌어 갈 선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페더러는 2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준결승전에서 정현에 2세트 도중 기권승을 거뒀다.

경기 시작 전부터 물집 때문에 발바닥 상태가 좋지 않았던 정현은 2세트를 마치지 못하고 기권했다.

경기 직후 코트 인터뷰에서 페더러는 "첫 세트는 (정현이) 워낙 경기를 잘했다. 이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다. 그러나 2세트 들어 움직임이 둔화했다. 뭔가 문제가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부상을 안고 뛰었을 때 얼마나 아픈지 안다. 멈춰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도 안다. 이렇게 결승에 올라가고 싶지는 않았다. 아쉽다"고 말했다.

페더러는 일찌감치 경기를 마감해 체력을 아꼈지만, 상대 선수의 부상에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품격을 보여줬다.

정현은 이번 대회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와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 등 강호를 연달아 격파해 이번 대회 돌풍을 일으켰다.

페더러는 "대회 기간 보여준 실력을 보면 충분히 톱10을 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갖춘 선수다.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축복했다.



기자회견장으로 자리를 옮긴 페더러는 "사실 그의 발 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노바크 조코비치와 경기 때도 그랬다고 들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래서 정현의 경기력에만 초점을 맞췄다"며 "그에게는 부상이 불운이었다"고 덧붙였다.

페더러는 "사실 1세트 초반에는 랠리를 길게 끌지 않으려고 했는데 긴 랠리가 몇 차례 이어졌다"며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게 나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준 것이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또 "상대 몸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이후로는 서브 앤드 발리도 많이 구사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정현의 장래성에 대한 질문을 받은 페더러는 "충분히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선수"라며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오늘 경기에서도 정현이 조코비치나 즈베레프를 어떻게 이길 수 있었는지 볼 수 있었다"며 "그런 고통을 안고 코트에 나왔다는 것은 엄청난 정신력의 소유자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칭찬했다.

페더러는 또 "오늘은 그러지 못했지만 조코비치와 경기에서 엄청난 수비 능력을 보인 점도 알고 있다"며 "앞으로 부상이나 일정 관리를 잘한다면 엄청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페더러는 결승에서 마린 칠리치(6위·크로아티아)를 상대로 통산 20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린다.

그는 "(부상으로 고생하던) 2년 전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면 농담하지 말라고 했을 것 같다. 기회가 찾아왔다. 은퇴 전에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자신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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