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꼭 여름에만 보란 법 있나요
'레더페이스' '인시디어스4' '베러 와치 아웃' 개봉
'호러=여름' 공식 옛말…마니아 공략·겨울시장 타깃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공포영화는 여름에 제격이라는 통념은 깨진 지 오래다. 추위가 절정에 달한 이번 주부터 공포영화 3편이 차례로 극장에 걸린다. 모두 외국에서 제작된 작품이고 공포감을 끌어내는 방식도 제각각이어서 요즘 호러영화의 흐름을 확인할 수도 있다.
◇ 고어부터 '엔터테이닝 호러'까지
31일 개봉하는 '인시디어스4: 라스트 키'는 '호러 장인'으로 불리는 제임스 완이 2010년부터 이끌어온 하우스호러 시리즈 '인시디어스'의 네 번째 에피소드다. 1∼2편의 메가폰을 잡았던 제임스 완은 3편부터 제작자로 나섰다.
이번 에피소드는 귀신 들린 남의 가족을 구해내며 영매사로 활약해온 엘리스(린 샤예 분)의 과거로 돌아간다. 엘리스는 자신의 집에서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는 한 남자의 전화를 받는다. 남자가 불러주는 주소는 자신이 어린 시절 살던 뉴멕시코의 고향 집. 한참 머뭇거리던 엘리스가 남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귀신들을 만나면서 그의 어린 시절 아픈 기억도 되살아난다.
남들에겐 안 보이는 무언가를 포착하는 재능, 거기서 비롯된 아버지의 학대와 어머니의 죽음. 엘리스가 가진 신비한 능력의 근원이 밝혀진다. 엘리스가 고향 집에서 귀신을 불러내려다가 예상 밖의 현실 범죄와 얽히는 등 이야기 구조가 비교적 탄탄하게 짜였다.
집이라는 안락한 공간에 귀신을 투입한 다음 관객을 수시로 놀라게 해 공포심을 자아내는 인시디어스 시리즈는 호러영화의 기본 문법에 비교적 충실하다. 4편에선 엘리스의 조수 역할인 스펙스(리 워넬)와 터커(앵거스 샘슨)의 유머가 강화된 점이 눈에 띈다. 리 워넬은 이번 에피소드를 포함해 시리즈 전편의 각본을 썼고 '인시디어스3'에선 연출까지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 베이비시터 애슐리(올리비아 데종)는 교외 저택에서 소년 루크(리바이 밀러)를 돌보기로 한다. 주문하지 않은 피자가 배달되고 인터넷과 전화가 모두 두절되는 등 수상한 사건이 일어난다. 정체불명의 괴한이 쏜 총에 루크의 친구 개럿(에드 옥슨볼드)이 쓰러진다.
다음달 8일 개봉하는 영화 '베러 와치 아웃'은 인시디어스 시리즈처럼 폐쇄된 공간에서 펼쳐지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크리스마스 전날 집에 남겨진 한 소년의 소동극이라는 설정부터 '나 홀로 집에'를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호러의 전통을 비트는 '엔터테이닝 호러'를 지향한다. 유머를 전면에 내세운 '해피 데스데이', 인종차별이라는 화두를 던진 '겟 아웃' 등 최근 신선한 시도로 호평받은 공포영화들에 좀 더 가깝다.
25일 개봉한 '레더페이스'는 '텍사스 전기톱 학살'(1974)의 프리퀄(전작보다 앞서 일어난 이야기를 다룬 후속작)이다. 사람 얼굴 가죽을 뒤집어쓰고 전기톱을 휘두르는 살인마 레더페이스의 탄생 과정을 소개한다. 공포영화 고전과 이야기가 연결되는 데다 핏물과 살점이 쉴 새 없이 튀는 고어물이어서 마니아가 아니라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 공포영화 관객은 한겨울에도 있다
이제 공포영화는 개봉을 위해 굳이 여름을 기다리지 않는다. 국산 공포영화의 경우 '여고괴담' 시리즈 등으로 활황을 누린 2000년대까지만 해도 여름 개봉작이 많았지만 최근엔 '무서운 이야기 3'(2016), '장산범'(2017) 등 해마다 한 편씩만 여름에 걸렸다.
공포물 개봉이 분산되는 이유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여름철 대작들의 경쟁을 피해 차라리 비수기 틈새시장을 노리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윤석·강동원 주연의 오컬트영화 '검은 사제들'(2015)은 11월에 개봉해 544만명을 동원하는 이례적 성공을 거뒀다.
할리우드 공포영화는 오래전부터 연중 개봉 체제였다. '스크림' 시리즈(1996∼2011) 4편은 모두 12월부터 4월 사이 개봉했고, 작년 흥행작 '그것'은 9월에 상영을 시작했다. '인시디어스4' 역시 제임스 완이 쌓아온 명성에도 불구하고 이달 5일 미국 극장에 나왔다. '저예산 고수익'으로 이름난 블룸하우스 프로덕션의 지난해 히트작 '겟 아웃'과 '해피 데스데이' 역시 각각 2월과 10월에 개봉했다.
미국의 겨울 공포물은 1973년 12월26일 개봉한 걸작 '엑소시스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공포영화 관객층이 두터운 만큼 흥행과 개봉시기 사이에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미국은 다양한 하위 장르의 공포영화들이 만들어지고 한국에 비해 마니아층이 훨씬 탄탄하다"며 "핼러윈데이 시즌 정도가 아니라면 공포영화에 계절 특수는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어영화 관객을 타깃으로 한 '레더페이스'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출신 '호러 듀오' 알렉상드르 뷔스티요와 줄리엔 모리가 연출한 이 영화는 작년 9월 유럽 지역부터 상영을 시작했다. '베러 와치 아웃'처럼 애초부터 크리스마스 시즌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는 영화도 나온다.
'레더페이스'를 수입·배급한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공포물 마니아들은 열광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원작 영화와 레더페이스 캐릭터를 이미 알고 있는 관객층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추위와 상관없이 개봉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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