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한파에 일상이 '헉헉'…강원 곳곳 혹한과 사투
북한강 '얼음 둥둥'…수도계량기·맥주 '펑'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매서운 혹한이 이어진 26일 강원도 내 곳곳에서 추위와의 사투가 벌어졌다.
'호반의 도시' 춘천을 가로질러 쉬지 않고 흐르던 북한강은 꽁꽁 얼어붙었다.
겨울에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북한강 한가운데 자리 잡은 관광지 남이섬은 뱃길이 끊겼다.
영하 20도의 찬 바람에 투명했던 강은 하얀 빙판으로 변했다.
오전 6시 30분부터 뱃길을 뚫고자 운행에 나선 첫 배는 유빙을 깨는 쇄빙선이 됐다.
오후에도 영하권 날씨가 이어지자 관광객을 태운 배가 쉴새 없이 오가면서 만든 물결 흔적이 뱃길을 만들었다.
남이섬 배는 이날 하루만큼은 고립된 섬을 풀고자 온종일 얼음벌판을 깨는 일이 주 업무가 됐다.
최강 한파를 견디기 위해 고단한 하루는 곳곳에서 계속됐다.
신북읍 일대 축산농가는 스며드는 찬바람을 막고자 천막 설치 등을 하며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또 추위에 약한 송아지를 온열기가 켜진 방에 넣거나, 털옷을 만들어 입히며 방한 대책에 온 힘을 쏟았다.
한파 위력에 춘천의 주류도매점도 적지 않게 당황해했다.
철원 등 최북단 지역에서만 종종 일어났던 일이 도심 한복판 주류점에도 일어났기 때문이다.
배달하기 위해 쌓아놓은 일부 맥주병에 부피가 팽창, 뚜껑이 터져 버렸다.
직원들은 터진 병을 골라내고, 온풍기 옆에 맥주를 쌓고 녹이느라 정신이 없다.
주류도매점을 하는 김모(58·춘천)씨는 "맥주의 경우 영하 10도 이하에서 3일 이상 이어질 때 터지는 것 같다"며 "도심에 있는 탓에 강추위에도 피해가 없었는데, 올해는 연일 이어져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시청 직원들도 동장군의 위세에 놀라긴 마찬가지다.
강추위가 몰아친 22일부터 이날까지 수도계량기 동파 신고가 11건이 접수됐다. 올해 겨울 들어 춘천에서만 모두 56건의 동파 신고가 이어졌다.
수도관을 녹이는 업체는 온종일 '관 녹이기' 작업으로 바쁜 일손을 놀렸다.
춘천의 한 업체의 경우 기온이 큰 폭으로 내린 이틀간 30여곳이 넘는 가정과 사무실 등에서 해빙 작업을 했다.
동파관련 업체 김모(35)씨는 "올해 얼마나 날씨가 추운지, 아파트로 향하는 관도 얼어 녹이는 작업을 했다"며 "지독한 한파로 인해 곳곳에서 전화 요청에 이어져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분명 올해 들어 가장 강력한 한파다.
도내 농촌마을 수도관도 곳곳이 얼어버린 탓에 소방당국이 생활용수 등으로 150t을 넘게 지원에 나서고 있다.
상수도 시설이 없는 서면 서상2리의 경우 한파에 마을 위 계곡이 얼어버리자 지하수를 간신히 끌어올려 용수를 공급하고 안간힘이다.
겨울철마다 뽐내던 한파가 빚는 풍경도 오간 데 없이 삭막하다.
예년 같으면 강추위가 찾아올 때마다 비경을 뽐내던 소양강 상고대는 올해 들어 감감무소식이다.
지난달 한차례 장관을 이룬 이후 살풍경이다.
눈꽃 파티는 보기 위해 새벽공기를 마시며 소양강을 찾는 사진동호인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이날도 100여명은 족히 넘는 사진동호인들이 소양강을 찾았다가 헛걸음을 하고 돌아갔다.
사진가 최모(56·원주)씨는 "오늘 소양강 상류 소양강댐에서 발전방류가 이뤄져 상고대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찾았지만 볼 수 없었다"며 "워낙 추운 날씨에 겨울 풍경도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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