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만화책도 안 팔린다…日 출판업계 '비상'
해적사이트 횡행에 작년 만화 단행본 매출 13%↓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출판대국 일본에서 핵심 수익원으로서 '출판의 최후 보루'로 인식되는 만화 단행본 매출이 지난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나 감소해 출판계가 충격에 빠졌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출판과학연구소는 작년 만화 단행본(코믹) 판매가 전년보다 13% 줄어든 것으로 집계했다.
전체 출판시장 매출도 7% 줄어든 1조3천701억 엔으로 13년째 감소했다.
일본 출판시장은 1996년을 정점으로 축소 경향이 이어지면서 지금은 절정 때의 반으로 줄어들었다. 그간 인기만화의 단행본은 얼마 남지 않는 주된 수익 장르였다. 만화 단행본은 한때 만화잡지를 앞지르기도 했지만 3년 전부터 눈에 띄게 기울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2천억 엔(약 1조9천470억 원)선이 깨졌고 2017년에는 1천700억 엔까지 쪼그라들었다.
출판사들이 만화의 전자화를 진행하는 영향도 있지만, 다수의 관계자는 단행본 만화의 저조 원인을 해적판 사이트의 횡행으로 꼽았다.
한 출판사는 작년 가을 만화책 매출이 갑자기 둔해졌다. 원인을 찾아본 결과 복수 회사의 인기만화들을 모아놓은 해적판 만화 사이트 때문이었다. 피해 액수는 월간 4억∼5억 엔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러한 사이트는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급증했다. 인기만화 게재 정보는 인터넷상 소문을 통해 순식간에 퍼진다. 사이트는 비합법이며 해외 서버를 경유하는 등 운영자 특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2017년 5월에 폐쇄된 '프리북스'도 서버 특정에 3개월 걸렸다. 최대 규모라는 해적사이트에는 '드래곤볼' 등 인기 타이틀 표지 이미지가 5천 개 이상 나열돼 있었다. 때때로 표시되는 광고가 수익원이다.
저작권법 전문인 후쿠이 겐사쿠 변호사는 "해적판 사이트를 보면 운영자는 광고수입을 얻는다. 소비자는 범죄에 가담한다는 의식이 없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출판사들로선 주된 수입원인 만화 단행본의 매출 축소는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되고 있다. 서점도 마찬가지다. 출판유통업체 도한에 따르면 만화책은 전국 서점 매출의 19%를 차지한다.
서점의 영업이익률은 0.3%에 미치지 못하는데 만화책이 팔리지 않게 되면 타격이 크다. 출판 불황이라는 얘기가 나돈 것은 오래 됐지만, 일본 출판업계가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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