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연행한 스웨덴 국적 출판업자, 중병 치료차 출국 원해"
구이민하이, '루게릭병' 진단받아…"감금 중 고문당한 듯"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 21일 중국 당국에 의해 연행된 스웨덴 국적 홍콩 출판업자 구이민하이(桂敏海)가 중병 치료를 위해 출국을 원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구이민하이의 딸 앤젤라 구이는 SCMP에 "아버지는 2015년 구금되기 이전에 혈압이 높은 것을 제외하면 건강한 상태였지만, 지난해 10월 구금에서 풀려난 후 몸이 이상이 생긴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태어났으나 스웨덴 시민으로 귀화한 구이민하이는 중국 지도부의 권력투쟁 등을 다뤄 중국 내에서 금서가 된 책을 홍콩에서 판매했다가 2015년 다른 4명의 출판업자와 함께 연행됐다.
지난해 10월 석방된 그는 지난 21일 스웨덴 외교관 2명과 함께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에서 베이징행 열차를 타려다 10명가량의 사복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앤젤라 구이에 따르면 그는 최근 닝보시 병원에서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이른바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앓은 루게릭병은 근육 운동을 조절하는 뇌세포가 파괴돼 근육이 점차 사라지는 병이다.
앤젤라 구이는 "아버지는 근육이 위축되면서 왼손 손가락을 대부분 쓸 수 없었으며, 오른손도 비슷한 증상을 나타냈다"며 "걸을 때도 다리에 이상한 감각을 느껴 균형을 잡기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의사는 아버지가 외국으로 나가 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말했다"며 "전문 의료진이 스웨덴에서 아버지를 치료할 수 있도록 스웨덴 정부와 논의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지난해 10월 석방되기 전 구금 당시의 상황에 대해 별로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지만, 아버지가 구금 당시 고문을 당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SCMP가 취재한 한 소식통은 구이민하이가 닝보시를 떠나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쓰고 석방됐는데, 이를 지키지 않고 외국으로 떠나려고 해 중국 당국이 그를 구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르고트 발스트룀 스웨덴 외무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중국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구이민하이의 석방을 촉구했지만, 중국 정부는 그의 거취에 대해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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