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6개국, 첩보동맹 결성…"이슬람 반군·테러 공동 대처"
IS 위협 고조에 상호 불신 제쳐놓고 안보협력 강화키로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동남아시아 6개국이 극단주의 반군의 준동과 테러 등 역내 안보 위협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첩보동맹을 결성했다.
26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브루나이 등 6개국은 전날 발리에서 전략정보공유 네트워크인 '우리의 눈'(아워 아이즈·Our eyes)을 출범시켰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정보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파이브 아이즈·Five Eyes)를 모델 삼아 유사한 정보협력 체제를 마련한 것이다.
6개국은 앞으로 2주마다 동남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반군 세력의 정보를 교환하고,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공동 구축할 계획이다.
동남아 국가들이 첩보동맹을 결성한 데는 작년 필리핀 남부에서 발생한 '이슬람국가'(IS) 추종 반군의 도시점령 사태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IS 추종 반군은 작년 5월 23일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의 소도시인 마라위 시를 기습 점령했다.
필리핀 정부군은 5개월에 걸친 교전 끝에 반군을 토벌하는데 성공했지만, 이 과정에서 반군 대원 974명과 군경 165명, 민간인 87명 등 1천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마라위 시는 폐허로 변했다.
반군 대원 일부는 필리핀 남부에 '칼리프 국가'(이슬람 신정일치 체제)를 건설하겠다며 밀입국한 여타 국가 출신 극단주의자들이었다.
첩보동맹 결성을 주도한 인도네시아의 리아미자드 리아쿠두 국방장관은 "정보 공유는 마라위와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을 것"이며 "(동남아가) 중동처럼 되지 않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6개국 내에선 미국과 호주, 일본 등으로 첩보동맹의 외연을 확장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리아쿠두 장관은 지난 23일 자카르타를 방문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도 관련 사항을 논의했으며, 매티스 장관은 미국의 도움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첩보동맹 출범은 오랫동안 피상적 수준에 머물렀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의 안보협력이 도약의 계기를 맞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영토분쟁 등으로 인한 뿌리 깊은 불신이 여전한 까닭에 당장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이르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