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가랏 인턴기자!] 요양병원에 불나면?…"꼼짝 못 하는 노인들 어떻게 하지"

입력 2018-01-26 10:32
[취재가랏 인턴기자!] 요양병원에 불나면?…"꼼짝 못 하는 노인들 어떻게 하지"



(서울=연합뉴스) 김채은·송병길 인턴기자 = 충남의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박모(45)씨는 화재 시 요양병원이 가장 위험할 거라고 걱정합니다. 제천 화재 참사를 보고 난 뒤에 이런 걱정은 더욱 커졌습니다.



박씨에 따르면 요양병원에 있는 노인 중 95%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 불이 났다는 사실을 알아도 빨리 대피하기가 어렵지만, 이들의 안전을 책임질 인력도 부족하다고 박씨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5월 전남 장성군의 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21명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인명피해가 커진 이유도 자력대피가 어려운 고령 환자들이 입원한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요양병원에 불이 나면 직원이 환자를 업고 대피할 수밖에 없는데요. 장성군 요양병원의 경우 불이 난 2층에 50∼90대 환자 34명이 있었지만, 간호조무사 단 1명이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에 환자들은 사실상 방치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3년 이상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취재해보니 아직도 부족한 것이 많았습니다.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야간이나 공휴일에 안전시설 당직자 1명 이상을 둬야 하지만, 사실상 화재신고나 방화 셔터를 내리는 등의 초동대처를 할 수 있을 뿐 혼자서 환자들을 대피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요양병원뿐만 아니라 자력대피가 불가능한 사람이 있는 기관은 어디든 화재 시 취약한 것이 현실입니다. 서울 한 장애인 복지관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일했던 김경모(26)씨는 "지체 장애인이나 다리가 불편한 아이들도 화재가 발생하면 직원 도움 없이 대피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신명희 사무관은 "장성 화재사건 이후 당직 근무자를 두게 했지만, 1명으로는 환자 대피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 말했습니다. 심지어 신 사무관에 따르면 안전시설 관리자의 자격요건이나 교육 기준 또한 따로 마련된 것이 없다고 하는데요.



한국소방안전협회 인천지부 장동근 과장은 '(요양병원)건물주가 얼마나 관심을 두느냐'가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요양병원마다 규모와 수입이 다른데 모든 병원에 다수의 관리자를 두게 규제할 수도 없다"며 "요양병원 관계자가 신경을 써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장 과장에 따르면 안전시설 관리자에 대해 현재 2년에 한 번씩 실무교육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력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정책의 초점은 소방시설을 확충하는 쪽으로 잡혀있는 듯합니다.

소방청 화재예방과 관계자는 요양병원 안전시설 관리자를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화재 진압 시설 설치와 관련된 법안을 다시 규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규 요양병원은 소방시설(스프링클러, 자동화재탐지설비, 자동화재속보설비 등)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고, 기존 요양병원도 오는 6월 30일까지 소방시설 설치를 완료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요양병원이나 장애인복지관처럼 거동이 불편한 이들이 있는 시설이 화재 시 더 취약한 게 사실인데요. 자체적으로 재난대비 긴급구조 종합훈련 시 노인들이 대피 훈련을 하고, 1차 대피로와 2차 대피로가 어딘지 익혀둘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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